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다시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해 말 합병을 성사시킴으로써 삼성전기에 버금가는 LG그룹 내 종합부품회사로 탄생하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세계 금융 위기로 합병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이 같은 구상이 좌절됐다. 지난해 말 한 차례 합병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대외 신인도에 다소 금이 간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합병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2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오는 7월 1일을 기해 합병을 재추진하기로 결의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합병 비율은 1 대 0.4716786이다. 양사는 다음 달 19일 임시주총에서 합병 계획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이후 20일간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 합병 추진 당시와 마찬가지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에 따른 합병 비용은 양사를 합쳐 500억원으로 책정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이 이처럼 조기 합병을 재추진하기로 한 것은 주식시장 추세를 감안할 때 현 주가 수준에서 더 오르게 되면 합병 비용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기간 주가가 폭락하지 않는 한 500억원을 크게 웃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일단 합병 비용으로 500억원을 잡아놨지만 더 올라간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한 이번에 반드시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향후 합병 비용 규모에 따라 금융기관 차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해 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대부분 운영자금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합병 비용이 지난해처럼 크게 불어난다면 비록 합병을 성사시키더라도, 올해 설비 투자 등 사업 확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지난해는주식 매수청구권 가격이 높아서 실패했을 뿐, 양사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특히 지금은 주식 시장이 상승 국면이기 때문에 합병을 위한 여건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