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이 희망이다](2부) 해법을 찾아라- 서비스로서의 SaaS

[디지털뉴딜이 희망이다](2부) 해법을 찾아라- 서비스로서의 S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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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SW)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웹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SW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급하는 시대가 열린 것. 바로 서비스로서의 SW(SaaS)의 등장이다.

 이는 SW산업에는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의 시점이라는 뜻이다.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1인자가 되는 길은 기술 변화의 길목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을 때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토목이나 건설 등의 어떤 산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SW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몇몇 기업이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기대해서는 주도권을 장악할 수 없다. 극소수의 대기업과 8000여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한국 SW산업이 이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업계가 SaaS 뉴딜 정책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서비스로서의 SW(SaaS)=일반적으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글이나 MS워드와 같은 SW를 구매해서 PC에 설해야 한다. 집에 두 대의 PC가 있다면 두 카피의 SW를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SW가 설치되지 않은 PC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 SW를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집에서 문서 작업을 하다가 학교에 있는 PC로 이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면 SW가 설치된 PC를 찾아야 하고 별도로 문서를 저장해 소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각광을 받은 것이 바로 ‘SaaS’. 웹의 발전과 함께 SaaS는 SW를 제공하는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다수가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SW를 구동하기 위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용자는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급해 합리적이다.

 그러나 SaaS는 단순한 유통채널의 변화에 그치지는 않는다. SaaS는 SW가 만들어지는 아키텍처와 개발방식, 비즈니스 모델까지 SW산업의 전 부문에 걸친 변화를 암시한다. 단순히 몇몇 기업이 좋은 제품을 개발한 정도로는 시장을 뒤집을 수 없다. 전 산업을 혁신하는 노력으로 국내 SW산업이 SW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

 ◇세계 시장은 이미 SaaS에 정조준=가트너에 따르면 2008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SaaS가 차지하는 시장은 6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7년 51억달러에서 25.5% 증가한 규모다. 또 2008년부터 이후 연평균 23.3%씩 성장해 2012년 전 세계 SaaS 시장은 14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aaS의 성장은 소비자에게 가져다주는 편안함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한 편안함만으로는 대대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SaaS의 가장 큰 매력은 도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업용 SW는 한 카피에 수천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설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SaaS는 한꺼번에 이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기존의 대규모 비용과 자원이 투입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할 수 있다는 SaaS의 장점이 부각돼, SaaS 확산에 불이 붙었다.

 SaaS 확산으로 미국 세일즈포스닷컴은 설립 이후 연평균 60%가 넘는 매출 증가와 70%에 달하는 고객 증가라는 기염을 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구글 등도 자사의 제품을 SaaS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SaaS를 결합한 솔루션을 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으로 인해, 현재 오피스 제품 중심인 SaaS 시장은 협업을 위한 제품이나 고객관계관리(CRM) 시장 등 기업용 SW 부문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장은 2008년 21억달러의 시장에서 연평균 22.3%씩 성장해 2012년에는 47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일즈포스닷컴과 슈가CRM 등이 주도하고 있는 SaaS의 대표적인 시장인 CRM 시장은 2008년 17억달러의 시장에서 연평균 17.1%씩 성장해 2012년에는 32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도입하고 싶다’=최근 한국SW진흥원과 KRG가 국내 SW 수요업체 16개와 공급업체 34개를 대상으로 SaaS 도입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펼쳤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SaaS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도입했거나 적어도 2∼3년 이내에 SaaS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매출액 10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SaaS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중견기업 및 대기업군에서도 SaaS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활발할 것으로 바라봤다. 매출액 10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52%가 응답했으며, 매출액 5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에서도 SaaS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활발할 것이라는 응답이 22%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에 가격경쟁력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SaaS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에 의해 도입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대표적인 기업들은 벌써 SaaS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웹을 통해 구매하고 이용하는 특성상 해외 시장에도 쉽게 내놓을 수 있어 SaaS 육성은 수출에도 유용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글과컴퓨터(대표 김수진)는 웹 오피스인 씽크프리를 최근 한국판 SaaS 모델로 출시했으며, 이어 글로벌 SaaS 모델로도 출시한다. 씽크프리 오피스 라이브라는 이름의 SaaS는 영어·일어·중국어 등 15개국 언어로 지원되며, 모바일 단말기 시장을 주로 공략할 계획이다. 아이애니티앤에스(대표 이인선)는 CRM과 지식경영(KMS) 솔루션 등에 이어 성과관리(BSC)와 프로세스관리(BPM) 솔루션도 SaaS 방식으로 개발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사업 추진 선결 과제 

국내 SW기업들이 자신 있게 SaaS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SaaS는 최근 비용절감 이슈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동안 더딘 걸음을 걸어야 했다. 아무리 편리하고,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SaaS기업의 플랫폼에 접속해야 하는 특성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제아무리 좋은 비즈니스모델이라고 해도 확산될 수 없다.

 설문조사에서도 공급업체와 수요업체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 보증 문제가 해결돼야만 고객들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기술적, 제도적인 지원을 해 SaaS 확산의 물꼬를 터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플랫폼 분야의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한국형 SaaS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정부부처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SaaS 비즈니스 모델의 효과와 우수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SaaS 도입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화지원사업과 같은 지원 요구도 큰 것으로 보인다.

 국내 SW 시장에서 SaaS 비즈니스 모델이 일단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요건은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화와 다양성이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SW가 구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SaaS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애플리케이션 구축 모델보다 건당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대량 고객의 확보가 기반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수요가 있으면서도 기존 패키지 SW가 지원하지 못했던 영역을 발굴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면 보다 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SaaS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면 많은 SW 중소기업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이로써 SW 국산화의 길이 열릴 수 있으며, 많은 수요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김수진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정부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지원한다면 많은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해 쉽게 시장에 진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모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