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타결이 늦춰짐에 따라 향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당초 지난 2일 양측 통상장관 회담에서 최종 타결이 이뤄지면 FTA를 5월말 가서명, 3분기 정식서명을 거쳐 연말까지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뒤 내년 1분기에 발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관세환급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양측 통상장관들은 회담 결과를 각각 내부적으로 보고한 뒤 최종 타결을 위한 지침을 받기로 했다. 추후 회담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타결무산은 기본적으로 관세환급에 EU회원국간 의견이 일치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EU내에서는 관세환급이 원칙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를 훼손하면 추후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회원국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측을 압박해 다른 분야에서 좀 더 양보를 얻어내려는 EU측의 협상전략도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회담을 앞두고 섣부른 낙관론과 타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감돌자 EU측이 관세환급 문제를 쉽게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측을 압박, 다른 분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이 협상을 깨뜨리지 못할 것이라 보고 EU측이 강하게 나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종 타결이 지연됨에 따라 국내 상황도 녹록치 않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익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밀고당겨야할 FTA 협상을 시간에 쫓겨가며 정치적으로 일괄 타결하려했던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한·EU FTA가 한미 FTA에 이어 농축수산업 전반에 걸쳐 큰 피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반대 여론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양측이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에 이른데다 FTA로 인한 상호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최종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이익과 큰 관련이 없는 관세환급 문제 때문에 협상을 결렬시키기는 양측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FTA협상이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고 이미 협상의 99%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추가 협상 시기는 EU측의 내부사정과 연관돼 있는 만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환급 허용여부는 결국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EU내에서 협력이 잘되면 추가 협상시기는 빨라지겠지만 여러나라가 관계돼 있는 만큼 조금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