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1)프롤로그

[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1)프롤로그

‘바보상자’로 불리던 TV가 디지털에 힘입어 IT 컨버전스의 중심으로 부상 중이다. 오는 6월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하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디지털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IPTV 서비스도 궤도에 오르면서 실시간 뉴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이를 겨냥해 3D·콘텐츠·모바일·위젯 등 TV를 둘러싸고 다양한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지털TV가 반도체·휴대폰에 이은 신성장 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전자신문은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는 연중 기획을 마련했다. ‘TV빅뱅’ 기획에서는 서비스에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콘텐츠까지 4부로 나눠 디지털TV로 바뀌는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을 점검하고 글로벌 TV시장 패권을 잡기 위한 정부와 산업계 차원의 활성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아울러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가능성을 짚어 보고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국내 업체의 활약상도 소개한다.

#흑백TV에서 IPTV까지

지금부터 대략 반세기 전, 1961년 12월. KBS 개국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TV 방송이 무르익은 시점이다. 이전에도 민영방송 형태로 부분 서비스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TV방송은 1960년대 초반부터다. 당연히 흑백 방송이었다. 그로부터 컬러TV 방송이 나오기까지는 무려 20년이 필요했다. 1981년 12월 우여곡절을 거쳐 컬러 방송이 전파를 탔다. 다시 20년이 지난 2000년, 우리 TV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비록 케이블TV 방송이지만 처음으로 ‘디지털’ 화면이 선보였다. 이어 2001년 7월 지상파도 디지털 방송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TV 시대’가 열렸다. 디지털 방송 전까지 거의 ‘20년 주기’로 TV 시장에 ‘빅뱅’이 있어 온 셈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20년 주기 빅뱅론’은 힘을 잃었다. 디지털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시장·기술·서비스 모두 ‘속도전’이라는 디지털 시대를 실감케 했다. 디지털 방송 불과 6년 만에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탄생했다. 2006년 7월 하나TV가 초보적이지만 IPTV 방송을 시작했다. 다시 2년 뒤인 지난해 12월 12일. 하나TV(SK브로드밴드)·메가TV(KT)·마이 LGTV(LG데이콤) IPTV 3사가 실시간 뉴미디어 서비스 개막을 알리면서 방송에서도 실시간 양방향 시대가 개막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보는 ‘꿈 같은 실시간 TV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올해부터 사실상 가입자 전쟁을 선포한 IPTV는 방송의 선입관을 바꿔 놓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비스에 혁명을 가져왔다. 시간대에 맞춰 기다리면서 방송을 본다는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단순히 한쪽 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멍텅구리 서비스에서 인터넷과 만나 서로 대화하는 수준으로 격상했다. TV로 소비하고 TV로 참여하는 세상을 열어 놓았다. 한때 덩그러니 거실 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천덕꾸러기로 취급을 받던 TV가 어느 순간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바보상자’에서 ‘만물상자’로

TV 개념도 바꿔 놓았다. ‘바보상자’로 불리는 TV에 인터넷에서나 사용하던 현란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위젯’에서 라이브러리, 콘텐츠TV까지, TV를 ‘IT의 최첨병’이라는 PC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여기에는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화질과 음질, 게다가 디자인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디지털TV가 나오기 전인 2000년대 이전, 아날로그TV를 선택하는 기준은 화질보다는 TV수상기의 크고 작음이었다. 음질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와 CD·DVD 수준의 고음질에 익숙한 소비자는 단지 두 개 스피커를 지원하는 FM스테레오 수준에 ‘반기’를 들었다.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는 화면 비율까지 따지고 나왔다. 영화 화면에 익숙해지면서 왜곡 없는 화면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명실상부한 ‘거실의 진짜 주인’으로 TV의 역할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대화 수준의 ‘양방향 서비스’와 음질·화질·디자인을 골고루 따지는 ‘소비자 눈높이’는 TV 하드웨어의 진화를 불러 왔다. 실상을 들춰 보면 ‘방송 빅뱅’은 TV 진화 덕분이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서비스에 앞서 ‘리모컨 빅뱅’이 먼저 일어났다. 1961년 12월 KBS 개국 이후 LG전자는 불과 5년 만에 흑백TV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산업 불모지와 마찬가지 상황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LG전자가 흑백TV를 내놓으면서 국산TV 시대를 열었다. 이어 컬러 방송이 있기 전인 1981년에 앞서 1976년 삼성전자, 1977년 LG전자가 연이어 컬러TV를 개발했다. 국내에 컬러TV 방송이 나온 지 5년 전부터 이미 컬러TV를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TV가 첨단 기능으로 무장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으면서 PC와 모바일에 빼앗겼던 시청자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TV 시장 빅뱅

이제는 TV가 첨단 기능으로 무장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입으면서 PC와 모바일에 빼앗겼던 시청자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컬러TV에서 디지털TV 시대로 넘어오면서 시장에서 ‘빅뱅’이 일어났다. 아날로그TV 시절 당시 외주 생산(OEM)업체로 변방에서 놀던 국내업체가 디지털로 넘어 가면서 세계 무대에 우뚝 올라섰다. TV시장의 강자가 바뀐 것이다. 신호탄은 삼성이었다. 삼성전자가 1998년 프로젝션 방식 디지털TV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당시 미국 8개 도시에 공급한 삼성TV는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장면을 생중계한 1호 디지털TV로 지금도 역사에 남아 있다. 삼성은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TV를 내놓기 위해 당시 5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수준의 연구개발비와 개발 기간 10년, 연구 인력 600명을 투입했다. 무려 1600건에 육박하는 특허 기술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어 LG도 1999년 5월 한국형 64인치 디지털TV에 이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LCD TV를 출시했다. 삼성·LG전자 국내 전자 양대 산맥이 세계 TV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이어 LCD·PDP TV 시대가 열리면서 두 업체는 아날로그 시장을 주도하던 소니·샤프 등 일본 업체를 제치고 시장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TV 제왕’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TV업계 처음으로 LCD TV 판매 2000만대, 시장점유율 20%, 전체 매출 200억달러를 기록하며 몽골 제국보다 더 큰 삼성TV 영토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전 세계 70개 국에서 LCD TV 1위를 차지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몽골 제국보다 더 큰 영토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올해 LCD TV 판매목표를 1800만대로 잠정 확정했다. 이어 내년에 소니를 누르고 2위에 올라서겠다고 호언했다. LG전자는 실제로 TV시장 최대 격전지인 북미에서 상승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월 시장점유율 8.2%로 샤프를 누르고 3위에 올라선 데 이어 2월 9.0%로 격차를 더욱 벌려 놨다.

TV 전쟁은 지금부터다. 별개로 알았던 기술과 서비스가 점차 맞물려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 TV 컨버전스를 중심으로 기술과 표준, 화질과 디자인에 이어 콘텐츠까지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거실을 잡기 위한 ‘TV 빅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