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다소 미미한 외형 성장에 그쳤던 국내 SMT·PCB 산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질적인 도약을 꾀할 태세다.
이미 PCB 관련 국내 전후방 산업 규모만 해도 지난해 1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이보다 4% 이상 더 신장한 11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비록 PCB 및 관련 소자 기업의 설비 투자가 위축됐다고는 하나, 규모만 따지면 IT 산업에서 여전히 ‘주력’으로 불릴 만한 위상이다. 이제 국내 SMT·PCB 업계에서도 초정밀·초박형·초고속은 물론이고 친환경 대체 재료 및 공정 기술도 기본이 됐다. SMT·PCB 산업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질적 변신을 꾀하면서 올 한 해 불황기를 기회 삼아 다시 한번 급피치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SMT,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지난해까지만 해도 전 세계 SMT 관련 장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칩 마운터. 국내 업체는 올해 들어 일본·독일·미국의 유수 장비업체가 석권한 ‘초고속’ 칩 마운터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두업체인 미래산업이 시간당 칩 표면실장 처리개수(CPH)가 최고 12만회에 달하는 칩 마운터를 출시하고 해외 선진 업체들과 시장 경쟁을 선언했다.
이 정도면 일본 파나소닉·후지·히타치, 독일 지멘스, 미국 유니버설의 등 제품과 맞먹는 수준. 올해 고환율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앞세워 내로라하는 업체들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삼성테크윈도 오는 2010년 세계 3위권 SMT 장비업체를 목표로, 야심작인 12만 CPH급의 칩 마운터 ‘SQ1’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 별도의 전시룸을 만들 정도로 공들인 이 제품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 3차원 검사기 시장 1위인 고영테크놀러지도 최근 개발한 3차원 납 도포 검사기 등을 출시하고 기술 리더십을 뽐낸다. 이번에 개발한 차세대 제품은 검사 장비의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개선함으로써, 검사기 시장에서 또 한 번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PCB, 남은 일은 차세대 제품과 후방산업 육성=최근 국내 PCB 산업은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제외하면 일본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에 올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인 BGA 및 CSP만 예를 들면, 회로 선폭 기준으로 올해는 25㎛, 오는 2011년에는 20㎛까지 구현하면서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좁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환율 영향 덕분에 우리를 위협해왔던 대만·중국에 비해서도 유리한 환경에 놓였다. 삼성·LG 등 거대 수요 대기업을 보유한 국내 업계로서는 또 한 차례 기회기도 한 셈.
하지만 PCB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품목인 반도체용 패키지 PCB 시장의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한편, 원자재 등 후방 산업군의 취약한 경쟁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임베디드 PCB와 차세대 광 PCB 시장을 조기 선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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