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위한 채권단의 실사보고서가 이달 중순께 나온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5월 매각공고를 내는 등 하이닉스 매각작업이 본격화되지만 금융불안으로 인수 기업이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어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크다.
◇연내 매각 불투명=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채권단이 실사 작업을 마치고 심사 서류를 보완하고 있어 이달 중순 최종 보고서가 작성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불안으로 수조원대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서지 않아 인수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경기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하이닉스는 연초 8000억원의 자금 조달에 이어 하반기께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지수 연구원은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M&A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며 “하이닉스 매각작업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나홀로 서기=하이닉스도 연내 대주주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반도체 경기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제 하에 시나리오 경영을 짰다. 연초 외부에서 8000억원을 조달하고 자구노력으로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하지만 만약에 대비, 하반기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해 놓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영업을 통해 현금이 계속 창출되는 등 현재 자금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반도체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연말까지 지속되면 3∼4분기 갚아야 할 1조원의 부채가 현금 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각 문제는 수년째 진행되온 터라 매각 작업이 연내 타결되지 않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기초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기업에 매각= 인수자가 있다면 중국 기업이 유력시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 기술력과 생산라인은 가히 매력적이다. 중국 기업에 인수되면 하이닉스는 한국에 칼을 겨누게 된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시장에서 19.4%로 세계 2위, 낸드 시장에서 12.3%로 세계 3위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하이닉스 기술 경쟁력은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삼성전자조차 경계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44나노 DDR3 제품은 올 3분기 양산하고 내년부터 다양한 용량의 DDR3 제품을 양산한다. 또, 48나노 낸드는 정상 수율에 도달했고 41나노 제품은 올 상반기에 양산할 계획에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대부분 외자기업 형태여서 토종 반도체 기업은 거의 드물다. 하이닉스를 사들이고 설비에 자금을 쏟아부으면 반도체 강국인 한국을 쉽게 넘볼 수 있다. 내부 경쟁 대상인 대만에도 뒤지지 않는 반도체 기업을 거느리게 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차이나하이닉스’가 나올 가능성도 배체할수 없는 이유이다.
안수민·이경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