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테크앤트렌드- 불황 극복을 위한 `SCM` 추진 지침

 최근 불황기를 이겨낼 역량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global SCM)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구축한 휴대폰 부문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은 신흥시장 진출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세계 1등 품질’의 삼성전자 휴대폰에 그가 반도체·TV 마케팅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 구축이었다고 한다.

 그는 중국의 한 대리점에서 휴대폰이 모델별로 어느 정도 팔리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중국·인도 등 노키아의 독무대였던 신흥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글로벌 SCM이 소비자나 통신업체들의 요구에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이 같은 능력이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일본 소매업의 혁신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 소매업이 지난 10년간 제로 성장을 했지만 브랜드(Brand), 재미(Entertainment),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타기팅(Targeting)에 역점을 둔 소매업체, 이른바 B.E.S.T 기업들은 100%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했다”면서 뛰어난 SCM의 사례로 10년간 438% 성장한 가구 체인기업인 니토리를 들었다.

 니토리는 해외로부터 상품을 조달하는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획·제조·물류·판매를 일괄 관리하는 ‘제조 소매업형 비즈니스모델’을 정착시켰다. 니토리는 일본 내 대형 물류센터가 담당했던 재고 비축 기능을 중국으로 이전해 경비를 줄이는 한편, 세계 270개 회사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등 해외로부터의 직수입을 통해 40%대에 이르던 이익을 55%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 20년 연속 이익 증가를 실현했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업계에 존재하는 제도, 관습, 상식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며 “차별화된 핵심역량만이 불황에 살아남는 성공 DNA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SCM의 사례는 오랜 기간 SCM의 프로세스·조직·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온 결과지만, 1997년 초부터 10년 이상 SCM 컨설팅을 해왔던 나는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SCM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

 첫째, 불황의 시기에 많은 기업이 고통받고 있는데, 기업들의 획기적인 성과(performance) 개선에 SCM이 기여할 수 있는가.

 둘째, 이전에 SCM 체계 구축을 시도했지만 그다지 사업 성과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돈이 되는 SCM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셋째, SCM 체계 구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불황기에 이를 시작해도 좋은가.

 사실 최근 몇 년간 SCM 고도화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Performance based Adaptive SCM’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SCM 도입은 최초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 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APS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통합적 프로세스와 조직을 요구했고, 이는 상당한 변화를 수반한다.

 SCM은 공급자에서 소비자까지 재화의 흐름과 관련된 정보의 동기화된(synchronized) 관리를 통해 향상된 가치(value)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업의 전 조직이 관련된 일이다. 따라서 전 조직에 걸친 상당한 변화는 최고경영층의 이해와 지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최고 경영층의 확고한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고, SCM 변화의 지향을 분명히 한 기업은 어렵지만 여러 고비를 넘어 마침내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 IT 시스템은 구축됐지만 프로세스가 바뀌지 않았다. 사업의 성과에 대한 기여 역시 미미했다. 이미 구축된 APS 시스템이 도리어 프로세스의 속박이 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기업에서 SCM 고도화 프로젝트를 시도했는데, 철저하게 성과 중심적으로 그리고 실제로 일하는 방법이 변화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On-Time Delivery 향상, 재고 감축, 장기재고 감축, 불용폐기 감소, 제조 리드타임 감소, 장납기자재 리드타임 감소 등 성과를 달성했고, 전 조직이 SCM을 실행함으로서 일하는 방법이 변화됐다. 7000억원의 SCM으로 재고 감축 기회가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성과 향상과 실제로 일하는 방법의 변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하에 SCM이 추진됐다.

 첫째,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SCM 혁신 전략을 수립했다. A.핵심 고객의 명확한 VOC(Voice Of Customer) 파악을 통한 개선 요구 역량 정의 B.SCM 경쟁력 평가 및 개선 기회 도출 C.‘Adaptive Supply Chain Thinking Concept’ 도입 D.명확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및 역량 혁신 목표 중심의 SCM 고도화 추진 로드맵 정의.

 둘째, 비즈니스 혁신 과제의 실행력 확보로 실질적 성과를 개선했다. A.전쟁 상황실(war room) 운영을 통한 추진과제의 강력한 실행 및 통제-Daily-to-Day 현안 이슈의 Quick Fix와 구조적 개선책의 수립 병행 추진 B.명확한 KPI 목표 설정과 집요한 모니터링 수행-차질 원인의 철저한 분석과 차질 예상 선행 관리에 의한 재발 방지.

 셋째, 프로세스 내재화를 통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정착했다. A.운영 원칙과 규정(rule) 준수 중심의 프로세스 개선/내재화 활동 우선 추진 B.시스템 기능 고도화는 내재화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지원 수단으로 추진.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SCM 전략 수립을 전제로 SCM KPI 목표의 설정과 SCM 운용의 원칙과 규정 준수로도 성과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수작업으로 준비된 것이었지만 주 단위 S&OP(Sales & Operation Planning) 미팅에서 전 조직이 SCM에 참여함으로써 부문 간 동기화를 통한 비즈니스 운영의 속도 향상과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Performance based Adaptive SCM’에서 불황 극복을 위한 SCM 추진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 지침을 얻을 수 있다.

 첫째, SCM 경쟁력 평가와 개선 기회 도출로써 SCM이 해당 기업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지 명확히 판단하고 SCM을 추진하라. 이 과정을 거쳐 전 조직과 최고 경영진이 SCM의 가치를 확고하게 인식할 수 있다.

 둘째,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기보다는 SCM 운용의 원칙과 규정 준수부터 실행하라. 특히 주 단위 S&OP 미팅을 SCM 체계 구축의 중심으로 해 전 조직이 참여하고 실행하게 한다.

 셋째, 로드맵에 기반한 단계별 KPI 목표 설정 및 집요한 추진으로 실행력을 확보하라.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의 목표 설정 및 오너십 부여로 성과를 조기에 실현하고 이의 성공 체험으로 변화를 가속화한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선 SCM을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으로 활용한 사례가 있고 이 과정에서 노하우도 많이 쌓았다. 이런 경험과 지식이 많은 중견 및 중소기업의 불황 극복 무기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sangwook.cho@atkearney.com

◇AT커니코리아 조상욱 부사장 프로파일

조상욱 부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유수 글로벌 기업의 SCM, PI 프로젝트를 컨설팅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기업을 위한 고도의 SCM 전략을 비롯해 물류, 구매, 제조, 프로세스 혁신 및 변화 관리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PwC 컨설팅, 데카르트 코리아, 딜로이트 컨설팅을 거쳐 현재 AT커니 코리아에 재직 중이다. 올해 초 SCM 지식포털인 SCM아카데미(www.scmacademy.co.kr)를 오픈해 전문가 커뮤니티를 통한 SCM 지식 전파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