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카 CRP` 한국에서도 딴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공조시스템에 이용되는 송풍기(Fan) 독립시험소로 인증받았다. 이에 따라 사실상 공조기기 분야에서 국제표준으로 통용되는 인증프로그램 ‘암카 CRP(AMCA Certified Ratings Program)’를 국내에서도 취득할 수 있게 돼 외화 유출을 막고 친환경·고효율 첨단 송풍기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4일부터 7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국제공조기기협회(AMCA) 전시회에서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원장 김윤광, 이하 MPI)은 암카인터내셔널과 독립시험소 인증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AMCA CRP 인증을 국내에서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송풍기는 빌딩 및 제조 공장 내 공조시스템이나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거의 모든 산업현장이나 공기 이동이 필요한 소비자 가전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기다.

바바라 모리슨 AMCA 사무총장은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MPI와의 협정 조인식에서 “한국의 기술 전문가들이 한데 뭉쳐 서비스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해 독립시험소로 인정했다”며 “대다수 아시아 지역 제조 설비 업체들이 MPI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독립시험소 인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MPI가 AMCA의 독립시험소로 지정됨에 따라 국내 공조기기 기업이 비용을 들이며 국제표준 인증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간 국내 기업은 미국 AMCA로 제품을 보내 평가를 받는 데 제품 모델당 약 200만원의 평가 비용에 3배에 달하는 선적 비용 및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됐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첫 독립시험소로 인증받아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제품 성능 평가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광 MPI 원장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지원으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송풍기 성능평가장치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공조기기 업체들이 송풍기의 성능평가를 받으러 미국까지 제품을 보낼 일이 없어져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동시에 해외 기업들의 성능평가 사업으로 외화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조 시스템의 꽃으로 불리는 송풍기는 국내 시장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며 국내 200여개 업체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 산업계에 퍼지고 있는 ‘녹색’ 바람과 쾌적한 환경을 욕하는 추세에 따라 친환경·고효율, 저소음·저진동이 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뷰-김윤광 MPI 원장

“국산 송풍기의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독립시험소 구축을 계기로 국내 업체의 기를 살리고 정부의 녹색성장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중국 광저우 국제공조기기협회 전시장에서 만난 김윤광 MPI 원장은 건물이나 터널, 대형 마트 또는 소비자 가전에 필수적인 공조기기인 송풍기의 국내 제품 수준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독립시험소는 환기 및 공조 설비의 에너지 효율 검증을 위한 설비 확충과 그린 빌딩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회전체역학·공기역학 등 고급설계기술이 필수적인 국내 송풍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제품 개발과 함께 국제적인 신뢰성을 확보하면 무한한 신규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국내 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터보 송풍기를 개발한 만큼 공조 시스템 기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광저우(중국)=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