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O를 둡시다] (23)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

[CGO를 둡시다] (23)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필립스전자(이하 필립스)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필립스가 한국에서 한 해 20억달러,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 부품·소재를 조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물론 현재까지는 상당부분이 국내 업체로부터의 LCD 패널 구매였다. 앞으로는 친환경 산업과 관련된 부품·소재 구입 물량이 차츰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998년 전사적 환경경영 철학인 ‘에코비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필립스가 친환경 제품을 많이 생산할수록 한국의 그린오션 부품·소재 산업 저변도 탄탄해지는 셈이다.

 “현지화 전략이 꼭 연구개발 단지 조성이나 생산시설 건립과 같은 직접투자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수한 제품의 적극적 구매를 통해 현지의 간접고용과 투자를 유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김태영 필립스 사장은 차별화된 그린오션 현지화 전략을 내놨다. 국내에서 부품·소재를 많이 구입하면 산업이 활성화 되고, 그만큼 고용과 투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는 “필립스가 에코비전을 선포한 지는 10년 남짓이지만 창업 초기부터 환경경영을 내부 지침으로 삼고 있다”며 “저탄소 녹색성장 바람이 불고 있는 국내에 이러한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스모폴리스를 통해 국내 친환경 가로등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 세계적인 발광다이오드(LED) 기술력이 가로등으로 사용하기에 칩 효율이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나트륨램프 가로등은 설치 간격을 39m(9m 높이 기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반면 코스모폴리스는 44m까지 배치 간격을 늘린다. 그만큼 적은 수의 가로등을 설치, 초기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지자체들의 반응이 좋다. 이를테면 ‘과도기적 솔루션’이지만 공급실적은 결코 적지 않다. 이미 경기도 안양시·과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연계, 지하차도 등에 코스모폴리스를 다수 공급했다.

 김 사장은 “최근 국내 업체와의 기술협력이나 산학협력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그린오션 산업에 기여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

 - 필립스가 선포한 에코비전 핵심은 뭔가.

 ▲ 제품의 생산·판매는 물론 사용되는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요소가 유발되는 정도를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4년단위의 계획을 수립한 것이 에코비전이다.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에코비전4’를 통해 전체 매출의 30%를 친환경 제품 판매해 올리기로 했다.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에너지 효율을 25%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 필립스의 ‘친환경 제품’은 무엇을 의미하나.

 ▲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는 제품을 뜻하지 않는다. ‘필립스 친환경 평가 항목’ 중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고, 경쟁사나 기존 방식 대비 최소 10% 이상의 실적 개선을 이뤄야 한다. 평가 항목에는 에너지소모·포장·위험물질·중량 등이 있다. 이 밖에 제품에 ‘생명주기 평가’ 방식을 적용, 생산부터 소멸되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 한다. 

 ◆약력

1952년 강원도 평창 출생. 1976년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학사. 1982년 필립스전자 입사. 1996년 미국 뉴헤이븐대 MBA. 1997년 필립스전자 전무 겸 의료기기 사업본부장. 2006년 필립스전자 대표이사 사장. 2008년 제 1회 기후변화리더십 과정 수료.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