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원자력 기술, 대한민국 100년을 바꾼다

[ET단상] 원자력 기술, 대한민국 100년을 바꾼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주범은 이산화탄소, 메탄, 프레온 등 탄소계열 온실가스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가 증대하고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무제도 시행에 대비해 세계 많은 국가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429기 원전을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300여 기 원전이 더 건설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범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공동노력에 동참하고 녹색성장 저탄소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기술은 지난 50여 년간 기적을 일궈왔다. 원자력 역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56년 당시 문교부 기술교육국에 원자력과를 신설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전력소비량이 폭증하면서 지속적인 원전 확대 정책이 추진됐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로 에너지 자립을 위한 ‘원자력 발전의 국산화’가 중요 국정과제로 대두되면서, 원전설계·기자재·원전관리운영 등 거의 전 부문에 걸친 기술자립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원자력발전국이 됐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과학기술계의 기술개발 노력,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열정 등이 결합돼 만든 결과물이다.

 정부는 올해 국내 원자력 도입 반세기를 맞아 저탄소 녹색성장 핵심축으로서, 미래 원자력시스템 연구개발과 원전 수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미래 원자력시스템 연구개발의 요체는 제4세대 원자로 중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이를 연계한 파이로(Pyro)건식처리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 건식처리 기술로 재가공한 후,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를 거쳐 연료로 재활용하면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고준위폐기물을 감축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연료 활용성은 60배 이상 높아지고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양은 20분의 1, 핵연료에 포함된 독성은 1000분의 1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제4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마스터플랜 수립과 장기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6년까지 실증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원자력수소 생산 시스템’ 기술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분야다. 이 시스템은 950도에서 안전운전이 가능한 고온가스로(VHTR)의 고열을 이용해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한 수소 대량 생산을 통해 우리나라는 고유가와 국제 기후변화협약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첫 연구용원자로 수출을 위한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약 110기(33조원)의 신규 연구용원자로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연구용원자로 해외 수출을 위해 국제입찰 참여와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석탄은 땅에서 캐내는 에너지지만,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두뇌 에너지’라는 이야기가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자원과 기술력으로 ‘준 국산에너지’인 원자력을 발전시켜왔고, 저렴한 전기료는 고도의 경제성장기에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녹색성장을 위한 원자력계 기술개발 노력이 우리나라를 세계 1위의 원자력 기술·산업국으로 만들고, 아울러 우리 국민을 고유가 시름에서 자유롭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문병룡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 brmoon@me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