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8년만에 한국에 직접투자

퀄컴, 8년만에 한국에 직접투자

 퀄컴이 8년 만에 한국 IT기업에 투자를 재개한다. 특히 통신 대기업과 간접 투자 중심이었던 지난 투자와 달리 IT중소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식경제부와 KOTRA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을 초청해 8일 KOTRA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IT기업 대상 투자 설명회(Global Alliance Project with Qualcomm)’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다음 달부터 오는 9월까지 우리 IT기업의 사업 계획서와 투자 제안서 심사를 거쳐 10월 최종 투자 대상기업을 선정, 발표할 계획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IT중소벤처기업이 퀄컴의 관심 대상이다.

 퀄컴의 직접 투자는 지난 2001년 SK텔레콤과 1000만달러 규모의 무선인터넷펀드 운용 이후 처음이다. 특히 퀄컴의 글로벌 투자 전담조직인 ‘퀄컴벤처스’를 통해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진다.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서동규·이진호기자 dkseo@etnews.co.kr

 <뉴스의 눈>

 퀄컴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회계연도 1분기) 매출 25억2000만달러 중 8억달러(32%) 가량을 한국에서 CDMA 로열티 및 칩 판매액으로 벌어들였다.

 이번 투자에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퀄컴 투자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 국민 누구나가 갖는 의문이다.

 IT업계에서는 퀄컴의 이번 투자가 위축된 한국 IT산업의 ‘기’를 세워주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확보 및 한국시장 입지까지 다지는 ‘다목적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퀄컴이 중소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가 우리나라에 투자한 것은 지난 1999년 연세대와 공동으로 CDMA 기술표준 공동연구실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총 네 차례 있었다. 통신 대기업에 투자하거나 펀드 운용과 같은 간접 투자 방식이었다.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직 지명도가 떨어지는 한국의 유망 기술기업을 발굴하겠다는 퀄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투자는 반도체칩, 반도체설계자산(IP) 업체나 모바일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업체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때에 따라서는 디스플레이나 자동차, 태양광 등 이전과는 연계성이 없는 벤처 투자까지 포함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퀄컴의 투자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외국인직접투자(FDI) 급감에 마음을 졸이는 한국 정부와 퀄컴의 생색내기가 딱 맞아떨어진 일회성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퀄컴의 한국 투자가 미래 기술을 키우고, 한국 내 관련 산업이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로 이어져야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글로벌기업의 한국 투자가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게 없었는데, 이번 퀄컴의 투자 추진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IT업계는 퀄컴의 투자 대상 선정이 향후 글로벌 IT서비스 및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을 예의주시했다.

 오혁준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는 “퀄컴이 투자설명회에서 어떤 보따리를 풀어 놓을지 들어봐야 그 알맹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OTRA는 국내 유망 반도체·바이오기업 등에 대한 해외 투자 유치 및 해외진출 기회를 퀄컴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GAPS(Global Alliance Project Series)’ 프로그램도 가동하기로 했다.

  이진호·설성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