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시험대에 오른 인도의 IT산업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로 인도의 IT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IDC인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판매는 작년 대비 각각 20%와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IT시스템 구매를 책임지고 있는 인도 CIO들의 구매 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IDC인디아가 인도의 18개 산업군에 종사하는 468명의 CI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의 응답자가 적어도 올 4분기가 되어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침체를 벗어난다고 해서 곧 바로 IT 지출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의 영향에다 일단 ‘관망해보자’는 CIO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내년 2분기쯤 본격적인 IT 지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인도의 CIO들은 IT 지출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새로운 IT 프로젝트를 자제하는 대신 기존 IT 프로젝트의 안정화 및 유지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 IT 지출의 20% 정도만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게 인도 CIO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고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할 수 없다는 데 CIO들의 고민이 있다. 나중에 경기가 좋아진 후 부랴부랴 IT 투자에 나선다고 해서 투자 효과가 금방 나올 리 만무하다. 이번 조사 결과 인도의 CIO들은 올해 가상화·통합 커뮤니케이션(UC)·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데이터웨어하우징·SaaS·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IT 경기의 침체는 특히 하드웨어 벤더나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IT서비스 벤더들은 인프라 관리·비즈니스 변환 등 분야에 역점을 둔다면 불황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게 IDC의 결론이다.

 IDC뿐 아니라 다른 조사업체들의 인도 IT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가트너는 인도 내수 시장이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도의 IT지출이 5.5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8년 성장률 13%, 2007년 성장률 16%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인도의 IT 시장이 위축되면서 위프로·HCL테크놀로지 등 인도의 대표적인 IT아웃소싱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그동안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 업체들로부터 IT아웃소싱 업무를 위탁받아 짭짤한 수익을 거뒀는데, 불황의 여파로 북미 및 유럽 지역 IT 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외국에서 오는 IT 아웃소싱 물량이 줄면서 인도 IT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CL테크놀로지가 최근 7600만달러 규모의 인도국가보험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위프로는 정부기관인 국가고용보험사로부터 2억3600만달러 규모의 IT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IT 아웃소싱 프로젝트가 줄어들수록 내수 시장을 둘러싼 IT업체들 간 경쟁도 더욱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의 대표적인 IT서비스 업체인 새티암컴퓨터서비스가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인도 IT 업계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인도의 수사기관은 최근 새티암 회장과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직원 등 9명을 회계 조작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에는 새티엄 창업자뿐 아니라 형제들까지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인도의 IT산업의 투명성에 먹칠을 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측은 자신들도 희생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 입장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게 수사기관의 시각이다.

 이래저래 인도의 IT산업은 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IT아웃소싱 분야의 최강자라는 후광이 있는 한 인도의 IT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장길수 CIO BIZ+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