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리더 `숨은 리더` 있었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08052338_1237633238_b.jpg)
“17년간 돈 벌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아마존의 전자책(e북) 리더 ‘킨들’의 성공으로 e북 시장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디스커버리가 뒤늦게 전자책 리더 원조임을 자처하며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8일 로이터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애니멀플래닛 등의 채널을 소유한 미국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스는 아마존이 자사의 전자책 리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델라웨어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디스커버리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기술이 이미 17년 전 개발한 전자책 리더 ‘에브리북’ 관련 기술이라는 점이다. 에브리북은 지금의 아마존 ‘킨들’이나 소니 ‘리더’와 매우 유사한 단말기지만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디스커버리는 ‘에브리북’을 일찌감치 개발했지만 정작 ‘전자책 보안 및 저작권 보호 시스템’에 대한 특허는 2007년 신청, 획득했다. 2006년 10월 소니가 ‘리더’를 선보이고 아마존 ‘킨들’이 히트를 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전자책 시장이 개화한 시점이다. 한 마디로 시장이 무르익을 때를 기다린 셈이다.
이같은 ‘장고 끝의 소송’은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스 창업자인 존 헨드릭스 회장이 지난 30여년간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해온 고군분투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외신은 풀이했다.
헨드릭스 회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디지털 케이블TV의 양방향성과 온디멘드 기능 등에 주목, ‘유어초이스(Your Choice)TV’라는 유료 케이블 서비스를 선보였다.
1993년까지 헨드릭스 회장은 스크린 메뉴, 그래픽 인터페이스, 온디멘드 메뉴 등 선구자적인 기술을 연이어 개발했으나 시장에서는 실패를 맛봤다. 대신 그는 디스커버리가 개발한 모든 기술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에브리북’ 관련 특허도 그중 하나다.
외신은 이러한 사연을 거쳐 제기된 디스커버리의 소송이 아마존은 물론 소니 등 최근 전자책을 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다수 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디스커버리의 특허는 전자책 보안은 물론 단말기를 통해 e북 콘텐츠를 구매하고 다운로드받는 인프라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사는 e북 판매량 기준으로 아마존에 손해 배상은 물론 변호사 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판매 중단은 요청하지 않았다. 많이 팔릴수록 아마존이 물어야 할 로열티가 커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디스커버리의 이같은 급작스런 소송 제기에 대해 아마존과 소니 측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시티그룹에 따르면 올해 전자책과 e북 리더 시장은 총 1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