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 기가팬

[핫테크] 기가팬

#. 지난 1월 21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수백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이들은 훗날 이 역사적인 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은 퇴색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억은 희미해져도 사진은 선명히 남는다.

사진 작가 데이비드 버그만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파노라마 사진 장비 ‘기가팬(Gigapan)’으로 당시 현장을 촬영한 파노라마 사진을 공개했다. 기가팬은 드넓은 현장을 고해상도 장면으로 각각 찍어 하나의 사진으로 구성한다. 약 14억화소로 찍힌 이 사진을 확대하면 프레임 안에 들어온 수백만명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의사당 앞 얼굴을 가득 메운 점을 확대하면 눈물을 훔치는 사람의 얼굴, 열심히 뭔가를 적어 받는 사람의 손동작 등을 볼 수 있다. 처음에 깨알 크기에 불과했던 사람의 얼굴을 계속 확대하면 안경테의 색깔, 만지고 있는 휴대폰의 기종 등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취임식을 구경했던 스무살의 청년이 예순살이 넘어 그 시절을 회상할 때, 어쩌면 이 단 하나의 사진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줄지 모를 노릇이다

성능이 낮은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로도 10억화소가 넘는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주는 장비가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카네기멜론대학이 공동 연구로 탄생시킨 ‘기가팬’은 쉽게 초고해상도(14억740만화소)의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주는 장치다. 화성 탐사 로봇에 채택된 기술을 담았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디지털 카메라에 삼각대 모양을 한 이 장치를 장착하면 자동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준다. 여러 각도에서 필요한 만큼의 사진을 찍으면 장치 안의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하나의 장면을 완성해준다. 기존에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려면 값비싼 기가 픽셀 파노라믹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일일이 여러 장 찍은 사진을 소프트웨어로 합성해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379달러로 출시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무게는 약 2㎏,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크기도 매력적이다. 일반 AA건전지를 넣어 사용하면 된다.

구글은 이미 구글 어스(earth)에 이 기기의 이름을 따 고해상도 파노라마 사진을 올리는 기가팬이라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가팬이 활약한다면 안방에서 생생히 아마존의 밀림을 누비는 날도 머지않았다. 기가팬은 앞으로 문화 탐사는 물론이고 과학적 연구에도 활발히 사용될 전망이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