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통으로’ IT 아웃소싱하는가.
국내 주요 건설사는 대부분 IT기획 업무를 제외하곤 운영 업무와 구현 업무 전반을 계열 IT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특히 업계 선두를 다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건설은 이런 구조가 확연히 드러난다. 본사 자체 IT 인력은 2∼3명으로 최소화하고 대부분 아웃소싱 업체에서 전담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운영 업무 외에 IT 기획업무도 기술적인 영역에 한해 아웃소싱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자체 IT 인력을 많이 두지 않은 이유는 비용 절감차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커리어 패스(경력)의 한계 때문이다.
권혁창 SK건설 상무는 “건설사에서 IT 인력을 양성하게 되면 그 사람은 평생 토목IT만을 해야 한다. 플랜트 등 다른 사업분야로 옮기기 어렵고 순환보직도 힘들다”며 “양성한 IT 인력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인력을 소수로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2. 왜 차세대 프로젝트가 없는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차세대 프로젝트라는 말을 사용하기 꺼린다. 금융권과 제조, 공공분야 등에서 한창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과는 비교된다.
이에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산업의 특성상 금융처럼 최신 정보기술(IT)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검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투자대비효과(ROI) 측면으로 봤을 때 기대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회사는 대부분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IT 시스템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당시에도 이들은 차세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스스로 ‘차세대’로 평하진 않고 있다.
김철범 베어링포인트 이사는 “건설업은 사실상 대외적으로 ‘사람’과 ‘지식’이 우선시되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IT의 중요성은 점차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강조하거나 기업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3. 왜 패키지 ERP 적용이 더딘가.
건설산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ERP 적용이 타 산업에 비해 넓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GS, 대림 등 대형 건설사는 자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향후에도 ERP 패키지로의 전환을 고려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진 GS건설 상무는 “설비 자동화와 프로젝트 관리가 건설업에선 핵심인데, ERP로 이런 부분들까지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수주 산업이어서 프로젝트별로 특성이 각기 다른데, ERP 하나로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중견 건설사는 대부분 ERP 패키지를 많이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 재무와 회계관리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덕직 SAP코리아 이사는 “ERP 적용범위가 타 산업에 비해 아직 넓지 않다고 하지만 ERP 도입을 통해 ‘재’와 ‘물’의 통합 관리와 투명성 보장이 가능하다”며 “비효율적인 원가상승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 기반 확보에는 ERP가 분명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국내 처음으로 전사적으로 SAP ERP 패키지를 도입했다. 물론 초기 도입 시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해외 사업장에도 적용 중이며 업그레이드 작업으로 ERP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강민수 현대건설 차장은 “전 세계 지사에 동시에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쉽지 않았지만 경영의 선진화 측면에서 볼 때 ERP 패키지는 내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실제로 전사적인 자원 관리를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현재 IFRS 적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CIO BIZ+ 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