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오픈마켓이야, 종합쇼핑몰이야?

  ‘신뢰’를 내걸고 오픈마켓에 진출한 11번가가 이미지 정립에 고민에 빠졌다.

가격경쟁 위주의 오픈마켓에 신뢰라는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기는 했지만, 경쟁사보다 판매자수가 적어 오픈마켓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11번가를 오픈마켓보다는 종합쇼핑몰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올해 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검색하다 11번가에 비슷한 상품을 찾으러 넘어오는 비율, 즉 중복 방문율이 각각 52.2%, 51.2%로 나타났다. 이는 복합형태인 인터파크(각각 55.1%, 54.2%)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 롯데닷컴 등 종합쇼핑몰 소비자가 11번가를 중복방문하는 비율은 60∼70%였다. 즉 오픈마켓 구매자보다는 종합쇼핑몰 구매자들이 11번가 상품목록 비교, 참조하는 것이다.

11번가는 오픈마켓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기는 했지만 실제로 운영면에서 종합쇼핑몰과 비슷하다. 짝퉁 110% 보상제, 개인판매자 공인인증제 등은 오픈마켓이 도입하기 힘든 정책들이다. 이는 11번가에 장단점을 동시에 안겨줬다. 판매자·물품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소비자 신뢰는 상당 부분 확보했지만, 판매자 유치는 힘들어졌다. 실제로 11번가의 최근 판매자수는 G마켓, 옥션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많아야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다. 특정 제품을 여러 판매자들이 다양한 가격으로 경쟁하면서 팔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간다. 반면 종합쇼핑몰은 특정 제품을 한 판매자가 독점 가격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오픈마켓보다 조금 비쌀 수밖에 없다.

11번가가 내세우는 전략은 과거 성공한 업체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옥션, G마켓은 판매자 확대를 통한 상품 소싱 강화로 성공을 일궜다. 옥션은 2000년대 초반 용산전자상가들을 오픈마켓에 입점시키면서 크게 성장했고, G마켓은 2003년 말 동대문 보세상가를 유치해 성공했다. 반면 11번가는 판매자 확대보다는 판매자 관리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쿠폰 발행 등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TV광고로 이미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오픈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핵심 편익은 가격”이라면서 “11번가가 오픈마켓에 신뢰 등 새로운 가치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느냐에 따라 선두업체와 차별화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