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실적이 좋은 것도 문제다. 환율 효과도 있겠지만 실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데도 생각보다 양호하다. 이러다 2분기에 갑자기 악화될까 내부에서는 더 긴장한다.”(화학 업종 대기업 관계자)
“중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재고 비축 수요인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성수기로 진입하는 2분기다. IT 세트 제품에 대한 수요가 회복될지 여부는 4∼5월께 주문량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LCD 패널 업체 관계자)
오는 16일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전자 업종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에 업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주력 산업으로 떠오른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우 휴대폰·반도체·자동차 등 여타 산업군에 비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며 다소 성급한 낙관론도 나온 상황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세계 양대 LCD 패널 업체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흑자 전환 여부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가 오는 1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것을 비롯, 삼성전자·LG화학·삼성SDI 등 주요 디스플레이 관련 대기업들이 잇따라 실적을 내놓는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한때 지난 3월 한달 기준으로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적자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승범 한화증권 연구원은 “가동율은 올라가도 패널 가격이 워낙 많이 떨어진데다 현재 원가 절감율과 8세대 라인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하면 3월 한달도 흑자 전환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다만 최악으로 떨어졌던 지난해 4분기보다는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가동율과 출하량·평균판매가격 모두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대만 업체들이 상당히 부진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시장 수요만 받쳐주면 2분기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을 비롯, 삼성SDI·제일모직·LG이노텍·삼성전기 등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소재 대기업들도 당초 우려보다 나은 1분기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2분기 시장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좋지만 특히 디스플레이 관련 전자소재 부문이 가장 빠르게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만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지 2분기 가봐야 알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지난 1분기 디스플레이 산업의 회복세는 대부분 엄청난 감산에 따른 재고 비축수요가 차지했을 뿐, 실제 시장수요가 살아날지 여부는 성수기로 진입하는 2분기에나 드러난다는 뜻이다. 2분기 시장 예측이 워낙 어려운 탓에 올 1분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IR) 일정을 예년보다 늦추는 현상도 나타난다.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작년보다 일주일 가량 늦어진 것을 비롯, LG화학·삼성SDI·LG마이크론 등도 많게는 열흘 가까이 실적 발표 일정을 늦췄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