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2-1부)브랜드가 힘이다

[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2-1부)브랜드가 힘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1·2월 미국 LCD TV 시장 점유율

  전 세계 안방에 한국TV 브랜드가 파고 들고 있다. 세계 TV시장 1위 삼성전자와 3위로 부상한 LG전자가 브랜드 파워에서 디자인·화질·음향·생산방식 등 품질 전 부문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업체도 선전하고 있다. 휴맥스·DM테크놀로지 등은 일본과 유럽 틈새시장에서 토종 기술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디자인과 기술 경쟁력을 기반한 한국TV 브랜드가 갈수록 공고해 지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는 최대 자산인 브랜드가 국내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소니=TV’라는 공식이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100달러 더 주더라도 삼성 LCD TV 산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 미디어가 2008년 발간한 ‘대형 디스플레이 보고서(Large Display Report)’는 삼성 TV의 가파른 판매 성장 원인으로 브랜드 로열티 상승을 첫 손에 꼽았다. 삼성 LCD TV는 100달러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 10명 중 8명이 같은 사양이라면 타사 제품보다 삼성 LCD TV에 100달러 이상을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54%)에 비해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삼성 TV 브랜드 상승 효과를 확인해 준다. 브랜드 조사업체 브랜드 키즈(Brand Keys)가 미국인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63개 품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삼성은 LCD·PDP TV 부문 모두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 1위에 뽑혔다.

소비자의 바뀐 구매 행태는 삼성 브랜드 상승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는 2006년 161억7000만달러에서 2007년 168억5000만달러, 2008년에는 176억8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삼성 브랜드 가치는 15억1000만달러로, TV는 물론 글로벌 전자업계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삼성 TV도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 TV는 수량기준으로 2006년 10.6%, 2007년 13.6%, 2008년 16.8%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금액 기준 비중도 14.6%→17.8%→21.9%로 계속 높아져 양은 물론 질에서도 1위를 지켰다. 삼성 TV는 40인치 이상과 풀HD(초고화질) LCD TV 시장에서 북미·유럽 등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에서 수량과 금액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 TV는 미국과 러시아·프랑스 등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LCD TV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영토를 자랑했던 몽골제국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브랜드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종(種) 출현’으로 일컬어지는 LED TV를 중심으로 기술 선도업체로서의 브랜드 위상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G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2010년 글로벌 2위 TV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LG전자의 브랜드 파워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LG전자는 TV를 비롯한 품목별 활동보다는 전사적인 브랜드 전략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LG전자는 작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전략을 펼치고 있다. BI의 핵심 가치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스마트한 기술 △소비자 삶과 완벽한 조화 등이다. 브랜드 전략은 TV 판매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LCD TV 판매가 전 분기에 비해 46%나 증가했다. 또 판매 증가율에서도 30%대 소니를 압도했으며, 점유율은 11%를 넘어 분기 최대치를 갱신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미국에서는 대표 성수기인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동안 경쟁 업체들이 40% 이상 가격을 할인하는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점유율이 상승했다. 결국 높아진 LG전자의 브랜드 파워가 소비자들을 유인했다는 평가다. 더모트 보든 LG전자 마케팅최고책임자(CMO)는 “국제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광고 캠페인에 기반한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며 “전 세계 고객들에게 ‘세련되고 참신한’ 브랜드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사적인 브랜드 활동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호주 시장에서는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Most Trusted Brand)’에서 1위로 선정됐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88%가 ‘브랜드 신뢰성’이 제품 구매할 때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답해 LG전자의 브랜드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에서도 대표 경제뉴스 채널인 CNBC가 주관한 ‘2008 소비자 브랜드 평가’에서 TV 부문 최우수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는 올해를 세계 2위를 탈환하기 위한 TV 브랜드 강화의 전환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소형 시장 투자 확대와 OLED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인터뷰-심수옥 삼성전자 전무(영상전략마케팅팀)

“TV는 ‘밋밋하고 지루한 박스’일 뿐이라는 세계 소비자들 인식을 바꿨습니다. 이제 디자인은 물론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최고의 혁신적인 TV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삼성 TV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심수옥 전무(영상전략마케팅팀장)는 브랜드 상승 원인으로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주도한 것을 꼽았다. 심 전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획기적인 디자인의 ‘보르도’를 출시함으로써 세계 소비자들의 TV 구매 선택 기준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며 “TV 구매시 중요한 구매 요인이 화질과 함께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파고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삼성 TV를 경쟁사 제품과 비교할 때 ‘눈에 보이는’ 차별화 요인을 제공하면서 가장 먼저 삼성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 것이 브랜드 상승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심 전무는 올해를 삼성 TV 브랜드 전략의 중요한 한 해로 꼽았다. LED TV를 통해 더욱 차별화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심 전무는 “LED TV는 자연에 가까운 생생한 초고화질을 표현하고 기존 TV가 상상하지 못했던 초슬림 디자인을 구현해 삼성 TV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친환경 요소까지 겸비한 제품으로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비 전력까지 40% 이상 절감해 경쟁업체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통해 기존의 디자인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기술적 우위를 효과적으로 전달, 삼성 TV 브랜드를 대표적인 혁신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다는 전략이다. 심 전무는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TV는 홈네트워크 중심이 되고 있으며 모든 디지털 기기를 연결하고 콘텐츠를 즐기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핵심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며 “단순 디스플레이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핵심 기능을 반영한 TV를 개발하는 업체가 브랜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업체 브랜드 마케팅 사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브랜드 마케팅은 최근 3년여간 글로벌 전자업체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삼성은 해외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과 함께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세계인의 의식 속에 삼성 브랜드를 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최대 인기스포츠의 하나인 ‘나스카(NASCAR)’ 경주를 3년째 단독 후원하고 있다. 개조 차량 경주대회인 나스카는 미국에만 8000만명의 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인기 있는 스포츠다. 특히 트랙 정 중앙에 삼성의 대형 로고를 심어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미국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1위 굳히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에서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대표 구단 첼시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 국가를 자부하는 프랑스에서도 요리·미술·패션·음악 등 문화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유럽 3대 시장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삼성은 TV는 물론 휴대폰 등 생산하는 전 품목에서 시장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LG전자도 세계 각지에서 스포츠 및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자동차 경주대회 F1의 글로벌 스폰서로 나섰다. 올해 호주를 시작으로 중국·영국·일본·브라질 등 17개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LG전자는 앞으로 5년간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한다.

특히 TV 중계할 때 LG 로고를 독점적으로 노출하고 경기 영상물을 제품 광고나 프로모션에 활용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6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대회 특성상 수 천만달러 이상의 홍보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타임스퀘어에 설치한 LG전자 옥외광고가 현지에서의 브랜드 상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LED 전광판은 뉴욕 양키즈 경기를 생중계하고, 뉴욕 시민들이 연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휴대폰 문자메세지 등을 내보내며 현지 명물로 자리잡았다. 특히 브랜드 노출이라는 단순광고를 뛰어 넘어 실시간으로 뉴욕 시민들과 함께 하는 콘텐츠를 담는 디스플레이로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