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Black box to Crystal Ball(블랙박스와 같은 IT 부서의 의사결정을 투명하고 명쾌한 수정 구슬로)’은 몇 년 전 대규모 IT 투자 결정에 앞서 의사결정을 위한 이해와 사실 요소 부족, 의사소통의 결핍 등에 그 갑갑함을 토로하던 한 은행장을 위한 프로젝트의 타이틀이었다. 은행,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투자 규모로 볼 때 IT는 아마도 가장 큰 그룹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의사결정을 위한 CEO의 이해도 측면에서 그 불확실성도 가장 큰 그룹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 또한 IT 부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CEO는 소리친다. ‘어쩌라고!’
CIO는 기업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의 활동 안에 전략이 있고 조직 그리고 인사, 프로세스, 그 다음에 이를 지원하는 IT의 위치에서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에 힘입은 차세대 IT로 인해 우리 기업이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를 전략과 비전 결정의 첫 단추로 보는 시각이 형성되면서 CIO는 CEO의 의사결정에 방향설정의 초기단계부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존재가 됐다.
문제는 많은 CIO가 기술변화에 따른 각 기관의 기술적 대응을 만들어내기 급급한 나머지, 앞서 언급한 IT의 전략적 의미 변동에 따라 때론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ic Officer)의 역할을 겸할 수 있는 스킬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한 더 큰 문제는 CEO와 CIO의 의사소통의 갭이 지속된다면 IT 신뢰 저하로 인한 예산 낭비, IT 투자 보류, IT 부서의 위상악화·도태, 전사 이익기여도 저하 등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컴퓨터가 잘 돌아가는데 왜 그만큼이나 투자해서 또 새로운 컴퓨터로 바꿔야 되나?”라는 CEO의 질문에 자바니 개방형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니 C++이니 하는 말만 반복하는 CIO의 답변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면 ‘Black Box’를 ‘Crystal Ball’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서디리틀(ADL)의 프레임워크 대로 크게 전략과 운용체계로 나누고, 전략 안에서 IT의 역할과 미션, 리더십, IT 포트폴리오, 실행전략을 살펴본 후 운용체계에서 전략 운용체계, IT 과제 운용체계, IT 예산 운용체계, IT 인력 운용체계를 보면 여덟 가지의 방향이 나오게 된다.
첫째는 IT의 역할이다. IT를 기존 프로세스의 지원 기능 정도에서 기반기술, 기존 프로세스지원, 차세대 IT를 동시에 준비하는 기능으로 그 역할을 재정의한다. 둘째는 IT 리더십이다. 재정의된 IT 역할의 변화에 따라 CIO나 CTO의 책임과 역할도 재정의되고 그 필요역량도 변화하게 된다. 예컨대 중장기 IT 로드맵 개발과 실행, 사업과 IT 간 연계강화, 주요 IT 의사결정, 차세대 IT의 지속적 개발 등이 CIO의 큰 역할이 된다.
셋째는 IT 포트폴리오다. 기 개발되고 활용되는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또 앞으로 개발계획 중인 포트폴리오 전체를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면서 관리를 강화한다. 넷째는 IT 실행전략이다. IT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협력기관의 폭넓은 관리로 IT 프로젝트 실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섯째는 IT 전략 운용체계다. 전략기획실, 마케팅, 상품개발, 연구소 등 향후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부서와 협업해 톱다운의 방향성, 적절성을 높이도록 IT 전략 프로세스를 개선시킨다. 이를 통해 전략 로드맵, 제품 로드맵과 연계된 IT 로드맵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실무레벨과 중상위층 경영자와의 의사소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T 전략회의체에 전략기획, 경영지원, 마케팅, 상품 등 유관부서를 포함시켜서 평상 시에도 IT의 이해도와 IT 전략과의 정합성 제고에 힘쓴다.
여섯째는 IT 과제 운용체계다. IT의 다양한 추진과제 중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과 추진과제를 주간·분기별로 점검할 수 있는 IT 과제 점검 협의체를 만든다. 그리고 단계마다 이른바 ‘Stage-Gate’ 개념을 도입해 점검, 평가, 결정의 과정을 진행한다. 일곱 번째는 IT 예산 운용체계다. IT는 IT 부서에서 개발하지만 그 활용은 다수의 부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셰어드서비스나 CIDF(Corporate IT Development Fund)의 개념을 도입해 활용도에 비례한 예산 조달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또 개발이 이루어지고 난 후 투입된 예산을 IT 개발 과제별로 관리해 실적 관리를 철저하고 투명하도록 한다.
여덟 번째는 IT 인력 운용체계다. IT 인력의 질적 수준과 실무수행능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따라 채용, 육성, 평가, 보상, 이동, 승진이 효과적이고 차별적으로 이뤄지게 해 주요 핵심인력의 이탈을 방지한다.
최근 경기악화로 IT 예산이 더욱 삭감되고 있다. CTO나 CIO의 역할은 따라서 더욱 중요해졌다. CIO가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CEO에게 IT 투자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알리는지에 따라 기업의 기반 효율성이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근 아서디리틀 아시아 총괄대표 lee.sukgeun@adlitt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