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13)LGD와 협력사 우리ETI의 성공 사례

 #LG디스플레이에 CCFL을 납품하는 우리ETI는 CCFL을 백라이트 업체에 납품할 때 박스 포장을 해왔다. 램프 업체 처지에선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포장재 낭비가 심했고 납품받는 BLU 업체도 박스 포장을 해체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기 일쑤였다. 우리ETI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LGD 상생 지원팀을 찾았다. 협력 업체들의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문제를 LGD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바꾼 것이 플라스틱 CCFL 전용 박스였다. 권영수 LGD 대표가 직접 지시한 일이기도 했다. 플라스틱 전용 박스는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만 들이면 끝이었다. 이렇게 바꾸기 위해서는 BLU 업체들과도 논의해야 하는데 LGD가 이번에도 나섰다. 상생 지원팀을 통해 규격 승인 부서 등이 함께 풀어나간 것이다. 현재 내수용 CCFL 박스는 모두 플라스틱으로 교체됐다. 수출용까지 다 적용되면 연간 30%가량 비용이 절감된다고 우리ETI 측은 설명했다.

 

 LGD가 생산하는 LCD패널의 백라이트의 광원인 CCFL을 생산하는 우리ETI. 두 회사는 이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동반자가 됐다. 이런 관계는 LGD의 상생 지원팀 덕분에 가능했다. 상생 지원팀이 협력사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ETI는 지난해 5월부터 LG디스플레이와 상생 활동을 시작했다. 직원들 중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1∼2개월 지나면서 오히려 LGD의 역량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LGD와 우리ETI는 백라이트 램프를 제조하는 우리ETI 생산라인의 공정 혁신을 추진했다. LGD와 우리ETI가 추진한 공정 혁신에는 LGD의 ‘맥스캐파 기술’ ‘민로스 기술’ 등 14명의 기술전문가와 우리ETI의 11명이 참여한 태스크포스가 투입됐다. 이 태스크포스는 우리ETI의 생산 공정을 정밀 분석해 램프 생산 공정의 로봇 동작의 불필요한 공정을 삭제하거나 로봇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등 맥스캐파 기술을 우리ETI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램프 양 끝에 전극을 부착하는 공정 시간이 2.5초가 걸렸으나 2초로 20% 단축됐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설비를 이용한 하루 백라이트용 램프 생산량은 70만대 수준에서 9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완제품 품질 합격률도 97%대에서 99%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 비용도 아꼈다. 생산 시간을 20% 단축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한 설비 투자에 5억원이 필요했지만 5억원을 들이지 않고도 이와 맞먹는 캐파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혁신 활동은 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ETI 매출액은 2225억원으로 전년도 1736억원보다 28% 늘어났고 특히 영업이익은 368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73%가 증가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영업이익률도 12.2%에서 16.5%로 높아졌다.

 1단계가 맥스캐파와 민로스 기술 전수를 통한 생산성 확대와 공정 혁신이었다면 현재 LGD와 우리ETI는 2단계 상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단계는 경영 부문, 기술력, 품질 향상이다.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에너지세이빙’ 사업이다. 에너지세이빙은 말 그대로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접근을 LGD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ETI가 사용하는 열원이나 설비 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없는지, 폐열이나 폐원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에 관해 LGD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이다.

 경영 부문에서는 설비관리시스템(EMS)이 핵심이다. LGD가 보유한 첨단 EMS를 우리ETI에도 적용하는 것.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최대한 빨리 확인하면서 생산과 출하에 관련한 다양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LGD와의 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GD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협력사 직원들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우리ETI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LGD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생산 직원들과 기술 인력의 스킬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LGD 주도로 만들어지는 협력사 간의 교류 프로그램도 유용하다. BLU 램프를 만드는 업체 측에서 BLU 업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교류 프로그램 덕분에 BLU 업체들의 애로 사항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ETI는 현재 이러한 상생 프로그램 덕분으로 4월 설립 이래 최대 생산량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말도 없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전 세계 CCFL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하며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이에 박병헌 우리ETI 생산담당 상무는 “우리ETI 물량의 98%가 LGD 물량”이라며 “LGD가 전 세계 넘버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ETI도 월드 넘버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