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상생 지원팀은 우리ETI 직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이 지닌 노하우를 중소 협력사에 전수, 경쟁력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진정한 상생의 의미입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우리ETI의 박병헌 생산담당 상무는 요즘 표정이 밝다. 생산하는 CCFL 광원 제품의 90% 이상을 납품하는 LGD가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물량 주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대규모 물량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한 LGD의 중소 협력업체 이상의 위상 변화를 느끼고 있는 데서 오는 자신감이다.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납품 업체가 아닌 함께 윈윈해야 하는 파트너로 느끼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해 5월 상생 활동을 처음 전개하면서 협력업체의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간섭과 단가 인하 압력 같은 게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며 “공급 업체 측에서 LGD가 주도하는 상생 활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상무의 설명대로 직원들 사이의 불안감은 1∼2개월이 지난 후 한꺼번에 사라졌다. 박 상무는 “중소기업이 경영 능력, 개발 능력, 인력 양성 등을 모두 완벽하게 구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생 활동을 거쳐 LGD의 역량을 우리가 활용하게 됐다”며 “이후 LGD의 스킬을 우리가 빼앗아와야겠다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2단계 상생 활동을 LGD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ETI는 설비관리시스템(EMS) 구축에 분주하다. 경영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경영 전반의 정보를 LGD가 알고 있는 것이 향후 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박 상무는 “정보 공유를 통한 윈윈인지, 이른바 내정간섭인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며 “LGD가 살아남아야 우리도 살아남는 것이라는 신뢰와 믿음이 바로 상생의 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우리ETI를 방문한 날에도 EMS와 관련한 LGD 상생 지원팀과의 회의가 있었다. 날짜를 정해놓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회의를 한다. 박 상무는 “LGD의 상생 지원 인력은 우리ETI 인력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며 “개선사항이나 불만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는 협력사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상생 활동이 좀 더 일찍 시작됐다면 더 빨리 경쟁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다”며 “지금도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국내 BLU 디스플레이 산업이 훨씬 일찍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에도 연구소 및 개발 인력과 교류해 더 빨리 신제품을 개발하고 일본 및 전 세계 경쟁업체들에 앞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