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면서 태양전지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있지만 태양전지 생산업체들은 오히려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해 웨이퍼 업체들과 맺은 장기공급계약 탓에 거액의 선급금을 주고 고가 원자재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전지 가격 급락세는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태양전지 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폴리실리콘 웨이퍼 수급이 완화되면서 가격이 급락했지만 지난해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태양전지 업체들은 수백억대 선급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실리콘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심각한 공급부족으로 ㎏당 400달러(단기계약 기준)에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 경제위기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열기가 냉각되자 100달러 안팎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일부 저가제품의 경우 70달러선까지 폭락했다. 장기공급계약의 경우 업체별로 거래 조건이 천차만별이지만 비슷한 비율로 가격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 대다수 태양전지 업체들은 가격이 최고점에 이르던 지난해 3분기 이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바닥인 지금도 보증금 명목으로 거액의 선급금을 지불한 채, 높은 가격으로 웨이퍼를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는 STX솔라(대표 여혁종)는 지난해에만 총 630억원의 장기선급금을 지불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넥솔론(대표 이우정)과 2014년까지 폴리실리콘 웨이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신성홀딩스(대표 이완근)도 지난해 4분기까지 한국실리콘·넥솔론·대만그린에너지 등에 총 609억원에 이르는 장기선급금을 지불했다. 모두 폴리실리콘 및 웨이퍼 구매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양산을 시작한 점을 감안해도 이 회사 작년 매출 57억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임지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장기공급계약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은 가격하락이 지속된다면 업체간 재계약 등을 통해 상생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양사 협의를 통해 시장가격 이하로 신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높은 가격으로 맺은 장기공급계약을 완화하는, 이른바 ‘가격 물타기’를 위해서다. 실제로 중국 태양전지 업체 선텍 관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MEMC와의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 일부를 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