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신 시장은 기업 간 결합(M&A)이 이뤄질 때마다 크고 작은 논란이 제기됐다.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논쟁은 물론이고 특혜 시비도 적지 않았다. 이는 통신사업자 간 M&A 자체가 기존 경쟁 구도에 대대적인 변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 간 기업 결합과 관련, 가장 치열하게 논란이 제기됐던 사례는 단연 지난 2000년 4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이다.
당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40.86%.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11.4%의 시장 3위 사업자 신세기통신을 인수,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50%를 훌쩍 넘기게 됐다.
특히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이동통신 황금주파수로 불리던 800㎒를 사용하는 사업자로, 합병 이후 800㎒ 독점 논란은 9년이 지난 현재까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 이동통신 시장지배력을 확대하자 KT는 같은 해 6월 한솔PCS를 전격적으로 인수한다.
한솔PCS와 KTF를 합병, 이동통신 거대 사업자 SK텔레콤에 대항하겠다는 게 KT의 전략. 하지만 당시에 공기업 KT가 민간 기업을 인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불공정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KT의 한솔PCS 인수는 기존 5개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쟁구도를 3파전으로 좁혀 놨다.
이후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50(SK텔레콤) 대 32(KTF) 대 18(LG텔레콤)로 고착화돼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금분할’이라는 평가가 제기되지만 이 또한 논란의 대상으로 회자되곤 한다.
지난 2008년 3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SK텔레콤의 논리는 “KT가 KTF 합병을 추진하고 유선과 무선이 통합되는 통신시장의 흐름을 감안해 M&A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사업자의 유선통신 시장 진출에 따른 문제부터 800㎒ 로밍을 둘러싼 옛 정보통신부와 공정위간 엇갈린 해석 등 적지 않은 말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KT와 KTF는 합병을 선언했다. 합병을 계기로 컨버전스 영역을 선도, 고객 가치를 혁신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IT산업의 재도약을 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KT와 KTF의 합병이 국내 통신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경쟁 제한적인 형태로, 향후 통신산업 발전 및 소비자 편익 증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