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5)트랜스포머적 상상을 하라

[상상을 현실로](5)트랜스포머적 상상을 하라

 영화 ‘트랜스포머’를 기억하는가. 마이클 베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화려한 그래픽과 첨단 로봇을 내세워 국내에서 외화로는 최고 기록인 750만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이 영화는 어릴 적 갖고 놀던 변신 로봇의 실사판이라는 점에서 남성의 로망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터프하고 딱딱한 기계의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여성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랜스포머가 강타한 2007년 하반기, 트랜스포머의 꿈을 꾸고, 트랜스포머적 상상을 했을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변신 자동차, 내 마음대로 바꾸는 휴대폰, 그리고 다양한 기능 모듈을 합체, 변신하는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상상은 언제나 자유롭다.

이러한 개념이 적용된 트랜스포머적 상상이 있다. 정지형씨가 디자인한 5.1채널 스피커 세트는 케이블이 없는 모바일 형태로, 평소에는 5개의 스피커와 1개의 서브 우퍼로 분리돼 스피커 역할과 함께 멋진 인테리어를 연출하지만, 서로 가까이 가져가면 자석 원리에 의해 하나의 정육면체로 변신한다. ‘철컥’ 하는 효과음이 있다면 더욱 재미있겠다.

그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게 됐을까. 실제로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여섯 조각이나 되는 스피커 세트를 들고 이동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였음은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익숙한 불편함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예민한 감수성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이동의 불편함을 감지하고,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몰입한 상태에서, 영화나 완구의 합체 개념을 발견하는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을 경험한다.

이 스피커 세트는 완제품이 아닌 디자인 단계인 듯하다. 사람들은 무르익지 않은 아이디어를 놓고 구현 가능성과 사용성, 그리고 가치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때로는 강하게 공격한다.

우리가 떠올린 대부분의 상상은 강한 공격에 소멸되기 일쑤지만, 늘 누군가는 이를 세심히 살펴 공격을 뛰어넘을 방법을 찾아 나선다. 아이디어의 유약함에 대한 공격을 뛰어넘어 멋진 제품으로 승화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상상가의 길이다.

얼마 전, 모 회사에서 트랜스포머2 폰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트랜스포머를 상징하는 문양이 적용된 것뿐이라는 것은 아쉽지만, 언젠가 멋진 변신을 하는 진정한 트랜스포머 휴대폰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