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투모로우` 환경 파괴된 미래 사실적으로 보여줘

[미래칼럼] `투모로우` 환경 파괴된 미래 사실적으로 보여줘

 얼마 전 북한의 로켓 발사 이야기와 관련해 마치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강경대응 소식이 들려올 때 문득 어린 시절 과학관에서 보았던 ‘멸망의 날 시계’라는 것을 떠올리게 됐다.

 십수년 전만 해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인류 멸망 5분 전’이라며 신문 지상을 장식하던 이 시계가 근래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일반인이 가진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이-학자들의 생각과는 달리-전에 비해 훨씬 줄어든 듯해 안심이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히 핵전쟁 외에 멸망 요인이 더 늘어나서 관심이 준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구 온난화나 소행성 충돌처럼 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위험이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은 커져만 가고 때로는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시대건 ‘멸망 예언’이라는 것이 인기를 끌며 사람들의 눈길을 모은다. 지난 세기말을 장식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1999년 멸망설)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2012년 지구 멸망설을 비롯한 수많은 예언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2012년 지구멸망을 예언했다는 마야인이 그들 자신의 몰락을 막지 못했듯 이런 예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 예언을 통해서 멸망을 막으려면 최소한 ‘왜’ 멸망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노스트라무스의 풍자시를 비롯해서 수많은 멸망론에는 ‘언제’ 멸망할 것이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근에 다채롭게 선보이는 SF 재난 영화들은 멸망의 때는 알 수 없지만, 그 요인이나 과정 등을 충실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떤 예언보다도-때로는 환경 운동이나 반핵 시위보다도-큰 역할을 할 수 있다.

 1983년에 ABC TV에서 소개된 ‘그날 이후(The day after)’는 핵전쟁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하나 둘 사라져 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핵전쟁이 재앙 외에 그 어떤 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충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이가 반핵 운동에 뛰어들어 활동하면서 결국 군축에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되고 있으니 SF 영화 한편이 ‘멸망의 날 시계’보다 훨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 빙하시대가 찾아온다는 것을 주제로 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역시 그런 관점에서 기억할 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물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보다는 환경 파괴로 인해 벌어지는 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충격을 주었다. 특히 철조망을 뚫고 멕시코로 향하는 미국인의 행렬은 그들이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낭비로 온실 효과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볼 때 참 인상적이었다.

 미국인이 대거 멕시코로 불법 입국한다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은 극장에서 영화를 본 많은 미국인에게 그 어떤 주장보다도 강렬한 영향력을 주었을 것이다. 이렇듯 SF는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데 더욱 큰 도움을 주곤 한다. ‘핵전쟁은 위험하다’ ‘지구를 보호하자’ 같은 주장이 아니라 ‘핵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지구가 계속 더워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지?’ 같은 상상을 그대로 재현해….

 ‘지구를 보호하자’고 떠들기보다 환경이 파괴된 미래의 모습을 재현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로써 미래의 위험을 막아내는 것, 그것이 또 다른 측면에서의 SF 예언이 아닐까 한다.

 

 멸망의 날 시계(Doomsday Clock)란 미국의 핵과학자회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ctists)에서 만든 가상 시계로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핵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고자 만든 이 시계는 핵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간을 변경하는데 현재는 2007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5분 전을 가리키고 있다.

 

 the day after-핵전쟁 후의 사람들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반핵 운동에 불을 댕긴 영화 그날 이후.

 tomorrow_01-얼음에 뒤덮인 숭례문. 이런 상상을 재현하는 것은 어떤 주장보다 효과가 크다.

 

전홍식 SF&판타지 도서관장 sflib200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