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이야기를 담아라.’
IT는 자기 복제 능력이 강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 IT는 두 방향으로 흐른다. 즐거움을 더해주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닌텐도처럼 새로운 기쁨을 선사하는 기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런 등식은 영화관에서도 성립된다. 영화도 아닌 영화관이라니. 영화관을 돌과 시멘트로 이뤄진 단순한 상영 공간으로 보면 곤란하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시어터(theater)’는 매번 진보한다.
이런 발전은 멀티플렉스 시대가 오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대기업들이 보다 많은 관객을 이끌기 위해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네마 다윈주의자의 최일선엔 CGV가 있다. CJ가 운영하고 있는 영화체인인 CGV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그 회사가 한국 영화관을 진일보시킨 것은 분명하다. 예매 키오스크를 설치한 것도 그들이었고 하이패스 등 각종 편의 시설을 잇따라 도입한 이들도 CGV였다. 물론 이 변화엔 IT의 공이 숨겨져 있다. 이런 성공에 그치지 않고 CGV는 한 단계 더 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CGV가 영화관에 IT를 접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홈페이지 등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과 4D시스템, 디지털 시네마 등 보다 뛰어난 영사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내부 시스템 정비가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한다면 영사 환경의 정비는 관객의 마음을 동(動)하게 한다.
◇영화관 홈페이지, 예매뿐 아니야=한국 극장 중 가장 먼저 영화 예매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CGV다. CGV는 각종 극장 체인 중 가장 많은 영화정보(DB)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갖춰진 DB가 무색하게도 활용도가 떨어졌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영화관 홈페이지를 예매 외의 다른 용도로 활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래서 CGV는 홈페이지를 바꾸기로 했다. CGV는 홈페이지에 이야기를 담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흔히 말하는 ‘메타 블로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홈페이지2.0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차세대 홈피엔 고객 측에서 제작된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예매 편의성도 그렇지만 20자평, 개인 블로그와의 연동 등 싸이월드식 소통 방법이 홈페이지에 동원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CGV는 실제로 싸이월드 개발에 참여했던 팀장급 인사를 최근 영입했다. 이 밖에 CGV는 홈페이지에 매장도 옮겨놓을 생각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영화관에서 예매가 아닌 오징어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알 것이다.
◇2D가 아닌 4D다 =영화관도 진화 중이다. CGV는 국내 극장 중 처음으로 4D시스템을 구축했다. 입체 안경을 쓰고 보는 3D는 이해가 가는데 4D라니. CGV 상암동에 있는 상영관은 좌석도 움직인다. 화면 3D에 덜컹이는 좌석은 관객을 매료시킨다. 실제로 ‘박물관은 살아있다’와 같은 몇몇 영화에 4D시스템이 도입돼 이른바 대박을 쳤다. 모든 시스템엔 물론 IT가 담겨 있다.
CGV 측은 “상영관도 관객에 감동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며 “4D 상영에 반응이 좋은만큼 이를 전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D시스템과 함께 최근 극장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시네마다. 디지털 시네마는 배급과 영사를 디지털화는 시스템을 말한다. 필름 프린터를 극장으로 보내 아날로그 영사기로 트는 기존 방법과는 달리 디지털시네마는 영화 파일을 극장으로 전송하고 다시 이를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한다.
국내는 디지털 시네마 도입이 여러 문제로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롯데시네마와 CGV 등 국내 대표 업체가 디시네마오브코리아라는 회사를 세운만큼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시네마는 미국 표준인 2K(2048×1080)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시네마는 17∼18개 디지털 시네마 상영관이 있고 CGV도 수십개가 넘는 관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는 영화 상영 관행에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도입하면 필름 프린트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 당연히 비용이 줄 것이고 멀리 떨어진 극장에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좀 더 많은 사람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산업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디지털 시네마를 도입하면 향후 15년간 9000억원의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