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핑, 휠체어 타고선 여전히 힘겹다

 ‘인터넷 세상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경사로가 없다.’

 생활이 돼버린 인터넷. 하지만 장애인에겐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아 웹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제한이 많다. 특히 민원서비스를 위해 마련한 온라인 전자정부 웹사이트 34개 중 많은 웹사이트가 시각장애인 등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장애인 차별로써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지난해 국내 1100여개 사이트를 조사해 마련한 ‘2008 웹 접근성 사용자 평가보고서’에서 이 같은 실태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포럼은 공공기관 657개, 교육기관 59개, 국회 77개, 민간부문 316개, 시민사회단체 90개 등 총 1100여개 사이트를 조사했다. 이들 사이트를 대상으로 △대체 텍스트 제공 △팝업창 사용 유무 △키보드로 모든 콘텐츠 접근 여부 △액티브X 컨트롤 사용 유무 등 13개 항목을 조사,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 공공기관이 평균 50점을 넘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으며 나머지는 웹 접근성이 50점에도 못 미쳤다. 2007년과 2008년의 평가 평균값을 비교하면 정부 및 공공기관은 웹 접근성이 5.6점포인트(p) 정도 향상된 반면에 국회는 오히려 3.1p 감소됐다. 민간기업은 3.2p 향상됐지만 시민단체는 1.1p 정도 떨어졌다.

 분야별로 중앙정부는 2007년 67.6점에서 지난해에는 71.8점으로 상승했다. 또 지자체는 55.7점에서 63.1점으로, 정부산하기관은 45.9점에서 51점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79.9점으로 아직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하위기관인 국회 사무처(40.2점)는 물론이고 새로 생긴 국민권익위원회(39.9점) 역시 웹 접근성 하위기관에 머물렀다.

 정부산하기관은 평균 80점을 넘은 곳이 2007년 17개였으나 지난해는 27개로 늘었다.

 하지만 서울예술단·중소기업진흥공단·국립오페라단 등의 기관은 20점대를 갓 넘기는 데 그쳤다.

 교육 및 국공립대학교는 59개 기관을 평가한 결과, 80점을 넘는 곳은 단 2곳으로 타 공공기관에 비해 웹 접근성이 낮았다.

 민간 기업은 금융과 미디어가 43.6점, 44.3점으로 웹 접근성이 낮았다. 포털이 54점, 생활(병원, 쇼핑몰, 가격비교사이트)이 43.4점으로 나타났다. 금융과 미디어는 4p 안팎의 웹 접근성 향상이 이뤄졌고 포털은 10p가량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근식 웹모니터링센터 팀장은 “평가 결과 전체 모니터링 대상 사이트 중 대다수가 장애인의 웹 접근성에 문제가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발효 이후 심각한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은 웹 접근성을 고려해 리뉴얼된 곳이 많지만 실제로 중증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키보드와 스크린리더로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접근이 어려운 문제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