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시장 숨통 트였다

 휴대폰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이 최근 LCD TV로 쓰임새가 넓어졌다. TV가 갈수록 박형화·고화질화하면서 작은 부피에 저항과 데이터 손실률이 낮은 FPCB의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정체한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도 새 활로가 열릴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풀HD급 LCD TV 모델을 중심으로 초고속 데이터 전송에 적합한 FPCB를 신규 도입하기 시작했다. FPCB 전문 업체인 비에이치(대표 김재창)와 플렉스컴(대표 하경태)을 새 협력사로 등록시키고, 이들 기업으로부터 LCD TV용 FPCB를 전량 공급받고 있다.

 종전에는 LCD TV의 핵심 부품인 타이밍컨트롤러(T-con)와 PCB를 연결하기 위해 주로 연성평면케이블(FFC)을 사용해왔다. FFC는 구부려서 모양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갈수록 TV의 슬림화·고화질화 추세에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의 부피로 많은 양의 신호와 부하처리가 요구된다. 저항이 낮아 데이터 손실이 적은 FPCB로 기존 FFC를 대체하는 것이다.

 FPCB는 또 차폐 효과가 탁월해 전자파 발생도 적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풀HD급 120㎐ 이상의 TV모델에 FPCB를 대거 채택했다”며 “금형으로 찍어내는 방식이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많게는 월 200만대가량의 고화질 LCD TV에 FPCB를 확대 적용하는 한편, 모니터와 노트북PC에도 FPCB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올해 들어 FPCB가 빠르게 확산되자 기존 FFC 전문업체들도 LCD TV의 고화질화 대응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FC를 삼성전자에 공급해온 우주일렉트로닉스(대표 노영백)는 최근 2.5 급 FFC 커넥터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FPCB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델별 금형 제작에 따른 납기가 상당기간 필요한 반면에 FFC는 모델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굴곡을 주더라도 저항이 발생하지 않는 연성 신소재를 이용한 케이블도 개발되는 추세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

 ◇FPCB와 FFC=FPCB는 얇고 휘어지는 성질을 가진 PCB의 일종이다. 구부리기 쉬워 좁고 복잡한 회로에 쓸 수 있고, 내열성이 강하다. 휴대폰 등 전자 제품의 소형화·경량화에 적합하다. 위성장비·군사장비·의료기구 등 고가 전자기기에도 활용도가 높다. FFC는 구리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한 뒤 절연체 필름으로 코팅해 만든 TV 내부 배선용 케이블로 과거 ‘와이어 하네스’ 대신 주로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