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LCD `유동성 고비` 넘겼다

삼성이 자재 공급해준지 6개월만에

  환 헤지 상품인 키코 피해의 대명사이자 국내 대형 백라이트유닛(BLU)업체인 태산LCD가 최근 2차 협력사들에 대한 구매 방식을 삼성전자의 ‘직접 사급’에서 ‘도급’으로 전환했다. 막대한 키코 손실로 법원의 회생절차가 진행됐던 지난해 9월이후 6개월만이다. 태산LCD가 올초 채권 금융기관들의 출자전환에 이어 2차 협력사 구매 방식을 도급으로 바꿈으로써, 본격적인 회생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태산LCD(대표 최태현)는 지난 6개월간 이어왔던 직접 사급 형태의 2차 협력사 구매 방식을 이달부터 도급으로 전환했다. 도급은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들로부터 자재를 직접 구입한뒤 최종 고객사(삼성전자)에 공급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구매 방식이다. 반면 직접 사급은 고객사가 2차 협력사에서 자재를 구매해주고 임가공만 1차 협력사에 되맡기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태산LCD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자 지난해 9월부터 직접 사급을 단행해 BLU 물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왔다.

하지만 태산LCD로선 올초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마당에 임가공 위주의 직접 사급으로는 매출과 채산성 모두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BLU 업종이 가뜩이나 박한 마진구조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물량 확대나 최소한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도급 전환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채권단 공동 관리하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며 “태산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2차 협력사들도 일단 도급 전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태산LCD가 구매 방식을 도급으로 바꾸면서 향후 삼성전자의 공급 물량이 꾸준히 뒷받침되면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46인치 LCD TV와 노트북PC용 BLU에서는 여전히 최대 공급사이기 때문이다.

한편 태산LCD는 지난해 7820억원의 매출액과 25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엄청난 키코 피해로 무려 76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월에는 하나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협의회와 채무상환 유예 및 출자전환을 골자로 한 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