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50, 90.’
로또 번호가 아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디지털 카메라 업체에는 큰 뜻을 품은 숫자다. 이들 숫자는 모두 올해와 관련이 있다. 먼저 국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휘어 잡은 삼성은 올해로 카메라 사업을 시작한 지 꼭 ‘30년’을 맞는다. DSLR 분야 최고 강자인 캐논은 올해로 ‘렌즈 교환식 카메라(DSLR)’가 세상에 나온 지 ‘50년’을 맞는다. 국내에서 ‘콤팩트 카메라 신화’를 만든 올림푸스도 올해가 뜻 깊은 해다. 올림푸스가 설립돼 광학 사업에 뛰어든 지 ‘90년’이 되는 해다.
주요 카메라 업체 수장들은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얼어 붙어 있지만 ‘각별한’ 의미를 가진 ‘2009년’을 재도약을 위한 호기로 삼고 공격 마케팅에 포문을 열었다. 올해 확실한 시장 주도권을 잡고 대표 카메라 전문 기업으로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삼성테크윈에서 재출범한 ‘삼성디지털이미징’을 이끌고 있는 박상진 대표는 “올해 국내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44%로 점유율을 높여 2012년 글로벌 1위 업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점유율 44%는 지난해 35%보다 무려 11% 가량 올라간 수치다. 박 대표는 특히 올해 프리미엄급 제품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12.5%까지 높여 놓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미 13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캐논 한국법인으로 출범한 지 3년째를 맞는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도 올해를 ‘도약의 해’로 삼고 있다. 강동환 대표는 “2위와 격차를 더 넓혀 DSLR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 놓겠다”고 말했다. 캐논은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주력 제품인 ‘EOS 45OD’가 지난해 6월 국내 판매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DSLR뿐 아니라 콤팩트 카메라 부문도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강 대표는 카메라는 결국 문화라는 콘셉트에서 강남구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 ‘캐논 플렉스’를 개관하는 등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캐논 플렉스는 단순한 제품 전시·판매 공간을 넘어 첨단 디지털 이미징 기술과 아날로그 감수성을 함께 보여 주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캐논은 상반기를 겨냥해 7개 모델을 내놓았다.
지난 2월 창립 90주년을 맞은 올림푸스한국도 20여 개 신모델을 한꺼번에 선보였다. 방일석 대표는 “경기 불황이 오히려 올림푸스에게 기회”라며 올해를 제2 도약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올해 연구·개발 시설을 갖춘 신사옥도 완공한다. 방 대표는 “2006년부터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자는 모토로 체질 개선을 마무리했다”며 “올해 콤팩트 카메라 부문에서 시장 수위 자리를 확고히 굳히겠다”라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소니코리아도 디지털 카메라 ‘사이버샷’ 매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15% 성장하면서 올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윤여을 대표는 “사이버샷과 보급형 DSLR 라인업을 보강해 카메라 브랜드로 소니의 이미지를 국내 시장에서 크게 올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