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R&D 투자 `주먹구구`

 나노기술 개발 및 시험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635억원의 정부 자금을 포함해 총 1129억원을 투입한 포항 나노기술집적센터의 지난해 가동률은 20%에 그쳤다. 벨기에 나노팹인 I-MEC의 지난 2004년 가동률인 56%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용률이 이렇게 낮은데도 나노기술집적센터는 포항에 이어 광주에도 생겨났고 오는 7월에 전주에도 새로 완공된다.

 19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방 연구개발(R&D)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R&D 투자는 지난 5년(2003∼2007) 동안 연평균 22.3% 증가해 전체 정부 R&D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3년 26.5%에서 2007년에는 34.2%(2조3645억원)로 높아졌다. 그러나 총등록특허 가운데 지방 비중은 지난 5년간 19%대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들인 투자에 비해 효과가 의문시된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R&D 자금을 중앙정부(93.1%)가 지원해 당초 지역 경제 발전 및 혁신 목적과는 큰 관련 없이 진행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교과부·지경부·중소기업청 등에서 각자 투자하다보니 중복 투자 가능성이 높고 사업 간 연계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R&D 관련 사업은 교과부 6개, 지경부 9개, 중기청 2개 등을 포함해 8개 부처 총 25개 사업(1조4681억원)에 이른다. 부처별로 관리한다. 이에 따라 상당수 프로젝트가 중복될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장비 도입 및 활용 부문에서도 사전기획 능력 부족 및 장비 운용 인력 부족 등으로 장비의 중복 도입, 활용 미비 등의 문제점도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 R&D 총괄할 컨트롤타워 기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조사과정이나 국과위 안건 제출에 반발하면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교과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주도한 실태조사를 초기에 참여했으나 조사과정에서 지경부 주관 사업이 문제점으로 부각되자 이에 반발하면서 철수했다. 자료 협조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과위 회의는 이 자료를 놓고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지경부 측의 반발로 보고로만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