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 창구로 기대했던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B2B 수출 지원 프리미엄 패키지’ 서비스가 기대만큼 호응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알리바바닷컴(Alibaba.com) 마케팅 대행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도입한 글로벌 B2B 온라인 마케팅 지원사업인 ‘글로벌 B2B 수출 지원 프리미엄 패키지’가 이달 12일 현재 가입 회원사가 8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달 말까지 선착순 2000개사를 모집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협회는 현재 접수 마감기한을 6월 15일까지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최근 이 사업이 중국업체 마케팅 대행 업무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중소 수출업체가 바이어를 찾을 수 있도록 알리바바닷컴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특화한 유료 서비스 ‘트러스트패스(ITP)’에 가입하도록 협회가 지원한다. 기업이 내야 하는 가입비는 589달러다. 협회는 가입비에 대해 지원은 없고, e카탈로그 제작과 무역 서류 통번역 지원, 교육세미나 참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협회는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알리바바닷컴 부사장을 초청해 ‘e글로벌 마케팅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대전·대구·전주 등지에서는 관련 사업을 알리는 설명회를 열었다.
문제는 일부 민간업체가 이미 수수료를 받으며 유사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민간업체와 동일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이 대행업체에 제공하는 수수료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행사업을 전개 중인 민간업체 관계자는 “인력 투입을 고려할 때 수익을 남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으며, 알리바바닷컴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식적인 서류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등록비 60만원 정도의 절반가량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e비즈니스업체 한 사장은 “무역협회가 중국업체 한국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우리 B2B e마켓업체들이 작고 힘들더라도 키워야 한다”고 항변했다. 다른 관계자도 “협회가 알리바바닷컴 영업사원 노릇을 한다”며 “e베이가 한국 B2C 시장을 잡아먹듯이 알리바바닷컴이 손쉽게 한국 B2B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업계는 알리바바닷컴이 협회 등과 사업을 통해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알리바바닷컴은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직접 들어왔다가 철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원동진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과장은 “정부와는 관계가 없는 사업”이라며 “중소기업이 물건을 팔아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규 무역협회 e비즈지원본부장은 “알리바바가 프로모션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리바바에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업체 해외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