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②최고 음질을 찾아라

‘보이는 음질, 느끼는 TV.’

TV를 보려면 우선 ‘듣는 것’이 필수다. 소리없는 TV는 그림상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 물론 최근 LED 등 화질 경쟁이 한창이지만 사실 단순히 보이는 화질로는 결과가 뻔하다. 소리만큼 감동을 주는 육감이 없다. 이 때문에 TV가 보다 큰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음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음질은 화질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았을까.

TV 발전사에서 음질은 화질에 비해 다소 소외됐다. 광고 카피를 떠올려봐도 화질을 강조하거나 화면 크기를 강조하는 카피는 많아도 음질을 강조하는 광고는 거의 없다. 사운드로 집약되는 음질을 따지긴 했지만 화질에서 개선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았던 탓이다. 컬러TV가 나오고 프로젝션에 이어 PDP, LCD TV도 등장한 지금, 음질은 ‘좋은 TV’를 결정짓는 또 다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모노를 넘고 2채널도 거치고 서라운드까지 도달했을 시절엔 음질은 화질 다음에 고려되는 요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5.1채널 심지어 7.1채널까지 등장하는 최근, 음질은 화질과 함께 당당히 TV를 선택하는 주된 요소가 됐다 이에 삼성, LG 등 TV회사는 물론이고 인켈 등 오디오 회사도 음질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음질을 보고 TV를 결정하는 데까지 진화했기 때문이다.

◇코리아, 음질에 눈뜨기 시작했다=음질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내에선 음질에 대한 호감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바뀌고 있다. 점차 TV사양이 고급화되고 까다로운 소비자도 늘고 있는 탓이다. 과거 CRT 제품은 스피커를 좌우에 배치하고 스테레오 음이 나온다고 강조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TV의 대형화, 슬림화가 진행되면서 소형의 스피커로 우수한 음질을 구현하기 위해 스피커 자체의 성능개선과 음질 향상 기법 등이 깊이 있게 연구되고 있다. LG전자 DTV 연구소 오현오 책임연구원은 “기술 발전을 보면 전화가 먼저 발명되고 그 후에 라디오, TV 등으로 발전했다“라며 “점점 음질은 제품 브랜드의 차별화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연구 개발 집중도에서도 음질의 중요성을 찾아 볼 수 있다. TV가 점점 얇아지면서 음질 연구는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저역음을 재생하기 위한 스피커 통의 용적 부족, 보이지 않는 스피커 구조 등으로 제약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삼성전자 측은 “적은 스피커 용적에서 저역음을 재생하기 위한 구조역학, 음성 신호처리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리는 TV디자인도 바꾸고 있다. 특히, TV 디자인이 갈수록 슬림해지고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음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스피커 구조 연구가 한창이다. 이에 따라 아름다운 외관을 위해 스피커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히든 스피커 구조가 대세다. 삼성전자 측은 “디자인을 훼손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음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 출시한 LED TV의 경우 슬림형이지만 바형태 스피커와 우퍼에 최적화된 2개의 앰프로 별도 구동, 최적의 음질 구현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삼성·LG, TV에 음악을 심다=국내 TV산업의 발전이 삼성, LG전자인 것과 같이 음질 개발도 이 두 업체가 진두지휘해왔다. 삼성전자의 음질 개발 방향은 ‘아름다운 디자인의 TV에서 소비자가 상상할 수 없는 좋은 음질을 구현하는 것’이다. 고객이 처음 TV를 보면 스피커가 보이지 않아 놀라고, TV를 켜 보면 놀라운 음질을 구현해 소리를 듣는 순간 또 한 번 놀라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 TV는 2005년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히든 스피커’를 구현한 뒤 2006년 ‘보르도 TV’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켜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고, 이후 많은 TV업체들이 이를 따라 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TV 개발팀 내 음향 전문가들이 대거 배치돼 있고 이와 별도로 DMC 연구소에 TV, 홈시어터, 모바일 등 각종 디지털 제품들의 음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음향기술센터’를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TV사업과 AV사업을 통합한 이후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다.

LG전자도 TV 음질에 많은 공을 세웠다. 특히,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LG전자의 음질 개발 방향은 ‘사용자의 편의성에 맞게 소리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삼성과는 다르지만 의미 있는 길이다. 음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편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오토 볼륨’ 기술을 개발했고 ‘클리어 보이스’ 기술을 통해 대사 부분만을 높이거나 줄일 수 있는 집중도 있는 음성을 선보였다. 이외 홈시어터 시스템 없이도 가상스피커를 통해 서라운드 기능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과 다양한 영상환경을 감지해 자동으로 세팅하게 하는 ‘AV모드’도 LG전자만의 특화된 최고 음질을 위한 노력으로 불린다. LG전자는 이 모든 음향 기술들을 디지털TV 전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