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 IT코리아 신화를 재현한다] (2부-2)미디어 환경의 변화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관련 콘텐츠와 장비·솔루션 등의 성장동력을 찾아보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방송과 통신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고 방송에도 산업 논리를 적용해 새로운 국가 부가가치를 만들어 보자는 데는 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009년을 ‘방통융합 미디어 빅뱅의 해’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야당과 일부 방송업계·시민단체의 큰 반발을 샀다. ‘미디어 산업 선진화’로 포장했지만 결국은 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이 훼손되고 일부 대기업과 보수 신문사, 현 정권에 특혜를 줄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쟁점화된 미디어 환경변화 논의를 보다 산업 관점으로 전환시키고, 무엇이 방통융합 성장의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 아닌 산업 논리로 접근해야=전문가들은 미디어 환경에 관한 논의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방송 등 미디어를 산업 관점에서 보면서 어떤 것이 진정으로 기술과 서비스, 시청자를 위한 방안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는 사전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 없이 밀어붙이기식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련 법안 가운데는 방송사업자와 시청자를 위한 민생·경제 법안도 적지 않지만 정치 이슈에 묶여 논의되지 못한 건도 많다. 미디어 쟁점법안의 처리가 6월로 이월됐지만 합의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것도 부담이다.

송종길 경기대 교수는 “미디어 산업발전을 전제하고, 관련 해법을 함께 모색했어야 했는데 절차상 문제로 정치논쟁만 크게 불거진 측면이 있다”며 “6월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기존 쟁점사항 외에 국가 미디어·방송의 산업화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미디어 정착을 위한 조건들=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올 초 개국한 인터넷(IP)TV는 물론이고 와이브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융합콘텐츠 등 새로운 미디어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또 이들을 잘 키워 국가의 브랜드로 만들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뉴미디어들의 성적표는 아직까지는 초라한 수준이다. 방통위가 가장 집중하는 IPTV와 와이브로는 아직까지 가입자가 몇 십만 수준에 그치고 있다. DMB 역시 1500만대가 넘는 단말기가 판매됐다지만 사업자들은 정작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융합 콘텐츠 역시 아직까지 기술적 개념만 있을 뿐 높은 제작단가로 실제 활용사례를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기술로 뉴미디어가 늘어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이 없는 사례가 많다”며 “정책 수립과정에서 기술과시형 대책만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계획이 작성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가속화 속 공정성도 염두에=정부는 미디어 환경변화의 큰 줄기로 규제완화와 경쟁가속화를 꼽고 있다. 미디어의 산업적 접근을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언론의 순기능 등이 간과될 우려의 점검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관련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은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쟁논리만 너무 강조한 나머지 대자본이나 독점권을 갖는 사업자의 독주가 발생할 가능성도 판단이 필요하다.

 유사한 사업자 간 비대칭규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케이블사업자와 위성방송은 같은 유료방송시장에 있는 IPTV가 너무 많은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건전한 경쟁을 위한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비·콘텐츠의 동반 상승효과를=2013년으로 다가온 방송의 디지털전환을 계기로 우리나라 방송장비·콘텐츠를 동반 선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1조7000억원이 더 투자돼야 하는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국내 방송장비와 솔루션의 기술개발도 함께 이루고 실제로 국산장비 도입률도 높여보자는 논리다. 디지털전환이라는 목적 자체도 중요하지만 시간에 쫓겨 외산장비만 대거 도입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

 방송 콘텐츠 업계는 디지털 방송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은 디지털 고선명(HD) 콘텐츠도 함께 육성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채널사용사업자(PP)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전환과 IPTV·디지털케이블 도입 등 플랫폼의 성장에 걸맞은 콘텐츠업계의 동반 성장 환경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