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가전 부문 유통 채널을 통폐합한다.
롯데그룹은 약 5개월 전부터 디지털 가전 부문 유통채널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계열사 간 조율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 간 물류·제품소싱·마케팅 등을 공동으로 진행해 비용절감, 제조업체와의 교섭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업무 조율이 비교적 쉬운 디지털 가전 유통채널부터 협업체제를 구축한 후 다른 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공룡 롯데의 계열사 간 공동전선이 형성되면 디지털 가전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디지털 가전 유통 통폐합 작업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산하 CFD(Cross Functional Division)가 총괄·지휘한다. 정책본부는 그룹의 유통, 의류, 수입, 외주 등의 장·단기 사업을 총괄하는 신동빈 부회장의 직속부서다. 그룹 내 주요 정책 조율, 계열사 중복투자 방지, 해외사업 총괄 등을 통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은 2004년 10월 그룹 정책본부를 신설하고 본인이 직접 본부장직을 맡았다.
롯데는 ‘디지털 가전은 롯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올해부터 이미지 심기에 본격 나섰다. 디지털 가전부터 통합을 먼저 추진한 것은 공동 구매·물류·보관·마케팅 등의 업무조율이 비교적 덜 복잡하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월 롯데홈쇼핑이 TV, 인터넷, 카탈로그 매체별 디지털 가전 부서를 통합한 이후 성공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 것도 그룹 경영진을 고무시켰다. 롯데홈쇼핑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LG전자 특집전으로 하루 145억원 매출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신격호 회장도 이 사업을 직접 챙기고 독려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깃 고객군이 비슷하고, 가격 조율이 쉬운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롯데마트부터 유통 통폐합 작업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밥솥, 스팀청소기, 다리미 등 특정 제품 브랜드는 롯데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와 협약을 맺고 단독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특정 제조사의 물량을 대규모로 독점 구매해 계열사 유통채널을 통해 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와의 교섭력도 지금보다는 훨씬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은 타깃 고객층과 제품 포지셔닝이 달라 조정에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특정 부문에서 계열사 간 이익이 엇갈릴 수도 있고 업무 배분 등도 쉽지 않아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며 “다음 달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하며 본격적인 행보는 올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백화점·홈쇼핑 등 디지털 가전 채널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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