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연구회가 소관 출연연구기관 개편을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번 개편에는 기관 간 통폐합과 민영화 등 파격적 방안이 포함돼 있어 출연연 구조가 대대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산업기술연구회(이하 산기연)와 산하 출연연에 따르면 산기연은 지난달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아더 D. 리틀에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정책연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기연은 소관 13개 출연연으로부터 기관당 2억원씩을 각출해 컨설팅 비용을 마련했으며, 오는 8월까지 출연연 거버넌스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책연구 핵심은 출연연의 미래 모습 정립과 이에 따른 최적의 거버넌스 설계다. 각 출연연 별로 구체적인 발전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전체 출연연 관리체제 개편도 추진한다. 관리체제 개편 방안은 △기관간 기능조정 △부분 또는 전부 통폐합 △민영화 △수요부처 이관 등을 놓고 폭넓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거버넌스에 맞는 연구기관 비전과 연구개발(R&D) 방향, 자원배분 포트폴리오 수립 작업도 병행한다.
산기연은 8월까지 정책연구를 통해 출연연 거버넌스 방향을 정립하고, 연말까지 거버넌스 개편에 따른 조직·인사 등 실행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어 정부, 출연연, 기업, 학계 등으로부터 여론 수렴 및 합의 도출을 거쳐 2010년 상반기 중 개편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산기연 김태우 팀장은 “산기연과 출연연이 향후 발전하기 위해 조직과 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진단 등 초기 단계고, 향후 방향성이 나오면 이에 따라 개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출연연 연구자들은 또 다시 출연연 흔들기에 나서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출연연 구조조정을 위한 논리 마련에 나서는 것”이라며 “결국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모델을 지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IST는 산하에 16개 연구소가 있고, 각 연구소를 기능별 전문연구단위 수십개로 쪼개 관리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지난해 출연연 통폐합 추진이 실패한 뒤 출연연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다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며 “과학기술 분야를 다른 일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