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新상품] 경기 침체 딛고 우린 다시 뛴다

 금융사들이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기바닥론’과 ‘경기침체 장기화론’이 경기지표에 따라 번갈아 수면 위를 넘나들고 있는 상황에서다.

 금융사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든 바닥이든 더 이상 관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시각이다.

 금융수장의 목소리는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고객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며 “경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확실 상황에서도 고객을 챙기며 계속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이휴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외환 트레이딩은 물론이고 해외선물업에서 투자자에 익숙한 자산을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하거나 파생결합증권을 발굴해 출시하겠다”고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생긴 기회를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여신금융협회장에 취임한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금 사람들은 금융산업 안팎의 위기를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며 분명히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다.

 은행·증권·카드업계 모두 힘들지만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 수 있지만 이제는 나서야 할 때가 됐다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는 4조원 규모로 은행들에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해 자본수혈에 나섰다. 은행 참여 없이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로써 은행권의 BIS비율은 0.33%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지난달 단행한 것을 포함해 상반기 총 세 차례에 걸쳐 은행 자본확충을 지원한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도 힘을 받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나서자 이를 활용해 은행은 대출을 늘리고 있다.

 또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실효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서서히 자금이 움직이면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는 숫자로 잘 나타난다. 정부 신용보증기관의 대대적인 보증 지원을 등에 업고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수출보험공사 등 정부 주요 신용보증기관들은 1분기 총 16조6000억원을 보증 지원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2.3배 증가한 수치다. 경기침체로 예상됐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예산 책정 및 상반기 조기 집행 결과다. 이 영향으로 은행 대출은 1∼3월 순증 규모가 각각 3조원대를 유지했다. 작년 11월 4조원 증가에서 12월에는 1조8000억원 감소하는 등 불안했던 모습은 어느 정도 사라지는 모습이다.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정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책도 금융기관을 자극했다. 새롭게 떠오를 분야는 분명 기회가 된다. 이 시장을 잃으면 그만큼 미래 잠재력을 상실할 것이고 그 반대는 더 좋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시각이다.

 국민은행은 녹색성장기업을 위한 전략상품을 출시했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LED산업과 태양광발전산업계를 위한 상품을 선보였다. 기업은행은 ‘녹색성장 지원전담팀’까지 구성했다. 기업은행은 녹색성장기업 대출과 예금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녹색성장 관련 단체에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공격적 경영전략도 펼치고 있다.

 증권업계도 ‘녹색’은 화두다. 대우증권은 지난 2월 3주간 녹색성장 포럼을 개최했다. 탄소배출권·풍력·태양광·LED·원자력·하이브리드·전력IT·바이오에탄올·물산업 등 녹색성장과 관련된 핵심 산업분야의 기술 수준과 산업발전 전망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펼쳐졌다.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녹색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녹색성장 펀드’를 선보였고, 산은자산운용·하이투자증권 등도 유사한 상품을 내놓았다.

 카드사도 위기 탈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말 허용된 ‘후불제 신용카드(하이패스카드)’는 카드업계가 신사업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잘 나타낸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롯데카드는 전국 주유소와 일반가맹점에서 최고 3%를 하이패스포인트 적립과 함께 추첨으로 최신형 자동차 OBU(On Board Unit) 단말기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쳐 커다란 반향을 불러왔으며 신한·비씨카드 등도 잇따라 상품을 내놓았다. 삼성카드가 선보인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생활비 재테크 서비스는 카드업계가 불황 돌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침체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신호가 희미하게 나타나면서 경기하강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상반기에는 바닥을 치고 올라간다고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바닥론에 회의적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가 선전하고 있다는 목소리와는 반대다.

 금융권은 이런 엇갈린 경기 전망 속에서 미래 준비에 한창이다. 단기든 중장기든 경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다. 그때 정상 자리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는 모습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