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시장에도 오라클발 돌풍이 예상된다. 오라클이 선의 서버 사업을 매각하지 않고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소프트웨어(SW)와 연계한 서버 사업의 파급력이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 IT 제조업체가 선에 치러온 수백억원대의 ‘자바’ 라이선스 요금이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한국썬의 유닉스서버 시장 점유율은 10% 아래로 떨어졌지만 오라클 DBMS와 결합한다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한국HP, 한국IBM에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라클 DBMS가 은행권 DB 시장을 장악한만큼 명맥이 끊긴 선 서버의 금융권 코어뱅킹시스템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SW 차원에서 한국오라클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한국오라클이 자바와 솔라리스를 얻으면 SW 분야에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친 경쟁력을 갖게 된다. 한편에선 지난 수년간 제품가격 및 유지보수비용 인상을 놓고 거듭돼온 한국오라클과 국내 기업고객의 마찰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자바 라이선스 요금도 핫이슈다. 오라클이 국내 기업고객과 SW 라이선스 및 서비스 이용료를 놓고 번번이 대립각을 세웠던 것을 감안할 때 오라클이 자바 라이선스의 협상주체로 바뀐다면 기존과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라이선스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위피’ 플랫폼을 휴대폰에 탑재하면서 이에 적용하는 자바 기술의 라이선스 요금 명목으로 연간 100억원 안팎의 로열티를 지급해왔다. 비록 위피 탑재 의무제도는 폐지됐지만 이날 현재 위피를 사용하지 않은 휴대폰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국내 유통 단말기는 모두 ‘위피폰’인 셈이다.
휴대폰업체가 해외 수출용으로 생산·판매하는 단말기에도 자바 기술이 탑재될 경우 로열티를 선에 치러왔다. TV 역시 일부 메뉴 관리 기능에 자바 기술을 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자바 관련 로열티가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따라서 74억달러를 지급하고 선을 인수한 오라클이 자바를 새 수익원으로 삼기 위해 공격적인 라이선스 정책을 편다면 국내 IT 업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 문제는 개별 계약사항이어서 오픈할 수 없다”면서 “다만, 이번 인수합병(M&A)으로 라이선스 요금정책도 바뀔 수 있는만큼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썬은 이번 발표에 따른 고객 불안을 최소화하며 정상적인 영업에 힘쓸 계획이다. 천부영 한국썬 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M&A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게 없다”면서 “한국썬의 비즈니스와 국내 고객지원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법인의 통합 문제는 본사의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는 올여름을 전후로 불거질 전망이다. 직원 수는 한국썬이 한국오라클의 40% 수준이어서 외형상 한국오라클이 더 크다. 한국썬은 이번 합병건과 관계없이 이미 구조조정작업을 벌여왔다. 두 회사가 합치더라도 국내 인력조정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호준·문보경·황지혜기자 newlevel@etnews.co.kr
<한국오라클-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현황> ※실적은 전년도 사업보고서 기준(한국오라클 2007년 6∼2008년 5월, 한국썬 2007년 7∼2008년 6월)
구분 한국오라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 유원식 천부영
매출 2875억원(영업수익) 2341억원
영업이익 566억원 3억원
순이익 414억원 28억원
직원 수 750∼800명 400∼4500명 ※구조조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