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경쟁력 떨어지는 생산거점 구조조정"

  LG전자가 글로벌 생산 거점을 전면 재조정한다. LG전자는 전사 차원에서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생산라인을 조정 중이며 추가로 늘어나는 물량은 아웃소싱으로 대체키로 했다. 이 회사 정도현 부사장(CFO)은 21일 열린 LG전자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전사 차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 거점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며 “가격과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지는 생산지는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LG전자 멕시코 멕시칼리 소재 현지 공장의 생산 물량을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멕시코에 휴대폰과 TV 공장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중국 에어컨 공장, 브라질 휴대폰 공장 인력을 감원하거나 생산 물량을 조정해 전사 차원에서 생산 거점을 구조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부사장은 늘어나는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외주로 돌리겠다고 설명했다.

PDP 사업은 더 이상 추가 투자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1, 2월까지 적자가 났지만 3월 출하량이 대형 인치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며 “그렇다고 투자를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LG전자는 지난 분기 PDP 모듈 사업에서만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LG전자는 1분기 ‘깜짝 실적’을 올린 배경으로 환율 효과와 비용 절감을 꼽았다. 정 부사장은 실적 호조와 관련해 “원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5% 이상 상승했지만 사실 달러 기준으로 따지면 20% 이상 감소했다”며 고환율 효과를 크게 누렸다고 말했다. 연간 3조원 절감을 목표로 추진한 전사 차원의 비용 개선 작업도 효과를 봤다. LG전자는 1분기에 재고 감축 등에 적극 나서 3조원 가운데 20∼25% 가량의 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LG는 이번 분기에 전 분기와 비교해 사업부 별로 평균 10% 정도 재고를 줄였다. TV 부문 중 브라운관TV 재고 물량은 전년에 비해 38%까지 감축했다.

LG전자는 2분기 실적과 관련해 여러 변수가 있지만 계절적으로 성수기에 진입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낙관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시기를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으로 점쳐 올 한해는 비상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도현 부사장은 “일부 국가의 경기 호전 신호가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실업률, 경기선행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을 볼 때 조만간 급격한 경기 회복은 힘들다” 며 “경기 침체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조8350억원, 영업이익 4556억원을 올렸다. LCD TV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나 성장했으며, 유럽 지역 평판TV 출하량도 60% 가까이 늘었다. 휴대폰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40만대)에 비해 7% 감소한 2260만대를 판매했다. 가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21% 역성장했지만, 환율 효과에 힘입어 원화 기준으로 16% 성장했다. 에어컨도 신모델 출시를 통한 프리미엄 비중 확대와 비용 절감을 통해 계획 대비 매출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모니터 등을 관장하는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은 시장 수요 급감과 판가 하락으로 매출이 하락했다.

강병준 기자, 양종석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