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공정보화 선진화 포럼’ 토론회에서 한 교수가 정부의 IT투자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화가 중요하다 해서 열심히 투자했지만, 제대로 된 활용보다는 물리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몰두해 왔다. 정보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이면서 체계적인 IT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가 비단 공공부문뿐일까. 금융, 제조, 통신 등 이른바 초대형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잇따르는 대기업들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대형 IT프로젝트가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빅뱅’ 방식의 대형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빈번한 한국에서 성공적인 프로젝트 관리는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 요건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미국 CIO인사이트는 75개 대형 IT프로젝트를 분석한 경험을 토대로 다섯 단계로 이뤄진 프로젝트 관리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핵심은 프로젝트 전담팀의 인력 구성, 구성원 간 역할 분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핵심 임원들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잘 갖춰야 한다. 주도권이 분명해야 하며 다른 임원들이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추진위원회는 프로젝트팀의 핵심 구성원을 지정하고 계획을 승인하는 등 전략적인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어 핵심 프로젝트팀을 잘 구성해야 한다. 또 이를 지원하는 서브 프로젝트팀을 결성하고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핵심 프로젝트 팀은 4∼6명으로 구성되며 프로젝트에 관한 주요 결정권을 가지며 서브 프로젝트팀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핵심 프로젝트팀은 또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제나 이슈를 공론화하고 이를 해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서브 프로젝트팀이 핵심 프로젝트팀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세분화된 역할 정의가 필요하다. 특히 프로젝트가 정해진 기간 안에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일정, 예산 및 범위에 관해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책임이 있다.
이렇게 핵심 프로젝트팀과 서브 프로젝트팀이 결성됐다면, 이제 구성원 개인들의 역할을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그래픽이나 도표 같은 시각적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핵심 프로젝트팀과 서브 프로젝트팀 간 역할을 구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프로젝트 목표도 더욱 확실해진다. 마지막으로 핵심 프로젝트팀은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한 장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 일정이 서브 프로젝트 팀의 세부적인 계획 실행과 책임을 구체화한다.
위에서 제시한 프로젝트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과 팀 내외의 분명한 역할분담은 ‘모든 일을 누구든 가능한 빨리’ 하는 게 미덕인 우리 정서에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지 못한 계획과 불분명한 역할체계가 IT프로젝트를 산으로 가게 만들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비극을 흔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