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T조직의 투자대비 성과에 대한 만족도는 15.7%.’ ‘기업내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위상이 높다는 인식은 3.9%.’

이 처참한 성적표는 최근 전자신문 CIO BIZ+가 한국CFO스쿨과 공동으로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재무를 총괄하는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IT조직 스스로가 성과를 높여나가고 있고, CIO들도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기존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충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도대체 IT조직과 CIO는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가? 이에 대해 설문조사에 응한 CFO들과 국내 대표급 전략 컨설턴트, 전직 원로 CIO들의 말을 통해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 CIO, 비즈니스 의사소통에 문제 많아

이번 설문조사 결과 CIO의 위상이 높다고 말한 CFO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현 CIO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이처럼 CIO가 기업 내에서 위상이 낮다고 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나마 이러한 수치도 과거에 비해 CIO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다.

기업 내에서 CIO의 위상이 낮은 원인에 대해 설문에 응답한 CFO들은 대부분 CIO가 현업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즉, CIO가 자신만의 언어로 다른 임원들을 대하고 있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통신업체의 한 CFO는 “대부분의 CIO들이 IT분야라는 한정된 부분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각이 제한적인 것 같다”며 “이로 인해 다른 임원들과 협업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CFO는 “CEO를 비롯해 다른 현업 임원들은 IT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데 반해, CIO는 계속해서 기술 용어로만 설명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의사소통에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전직 대형은행의 한 CIO는 “실제 대형 IT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CEO와 CF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과 대부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결국 IT부서 자체의 전략만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며 “이로 인해 전사 전략과 일정 부분 거리가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석근 아서디리틀 아시아총괄대표는 “이처럼 CIO들이 기술 용어로 CEO나 다른 임원들을 대하는 것은 CIO가 전사 전략회의나 경영회의에 자주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CIO들이 IT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부 CFO들은 기업 내 CIO직제가 불필요하다고까지 얘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26명이 CIO가 필요없다고 답했다. 이는 CIO가 기업 내에서 시스템 운영 등 IT부분만 관여하는 데 머문다면, 부서장급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IT담당 임원이 전사 경영전략에 맞춰 IT전략을 수립할 때만이 임원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인 것이다. 결국 CIO의 낮은 위상은 기업이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거나 IT전략을 수립할 때 다양한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CIO의 위상을 더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전사 전략 반영 못해 IT성과 미흡

문제는 CIO의 위상이 낮은 것만이 아니다. IT조직이 이뤄내는 성과가 CFO 등 다른 현업 임원들에게 투자대비 효과가 없다고 인식되는 것이 더욱 문제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IT조직이 이뤄내는 성과가 투자대비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5.7%에 불과했다. 즉 84.3%가 IT조직의 성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CFO들은 정보시스템 구축 후 단기간 내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운 IT속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지만, 이 보다는 IT조직이 경영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더 많았다. 이는 IT조직의 비즈니스 마인드 부족과 기술에 매몰돼 기존 방식만을 고수하려는 안일한 자세 등에서 기인한다고 CFO들은 보고 있다.

한 대기업의 CFO는 “IT조직이 현업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는 기술적인 사항들만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된다는 식으로 무자르듯이 현업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어 현업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IT조직도 현업의 요구수용에 있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CFO는 “IT를 통한 시스템 구현 기간이 오래 걸려서, 즉각적으로 비즈니스 대응에 어렵다”며 “이미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면 해당 비즈니스가 성숙돼 정보시스템 구축의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호석 올리브와이만 대표는 “CIO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총괄 임원은 전사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된 사고를 가져야 한다”며 “IT조직은 기획단계부터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 그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CIO는 “대형 IT프로젝트의 경우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IT인력 양성 등 IT내부 관리 체계도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CFO들은 IT조직의 성과가 불만족스러운 이유에 대해 품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 내부에서 수시로 발생되는 IT서비스 장애 등도 현업이 불만족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현업의 내부 IT조직에 대한 불신은 IT조직을 아웃소싱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56.8%가 IT조직의 아웃소싱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CIO·IT조직 스스로 변해야 한다

현재의 낮은 CIO의 위상과 IT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CIO는 물론, IT조직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 이석근 아서디리틀 아시아총괄대표는 “만약 CIO가 기존 시스템운영 책임자로서만 존재한다면, 더이상 CIO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CIO는 가장 먼저 IT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의 선구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CIO 및 IT조직은 전략기획실, 마케팅, 상품개발, 연구소 등 향후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부서와 협업을 통해 톱 다운으로 방향성, 적절성을 높이도록 IT전략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략, 제품 로드맵과 연계된 IT로드맵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IT조직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IT인력의 질적 수준과 실무수행능력을 지속적으로 분석, 이에 따라 채용, 육성, 평가, 보상, 이동, 승진이 효과적이고 차별적으로 이뤄지게 해 주요 핵심인력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IT인력의 비즈니스 이해를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물론, IT조직만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CEO, CFO, COO 등도 IT가 기업의 핵심역량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IT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CIO 등 IT조직이 IT만의 언어가 아닌, 비즈니스 언어로 IT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IT를 통한 비즈니스 성과를 이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CEO나 CFO도 IT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IT조직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러한 사례들이 일부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신훈 금호건설 부회장, 원명수 메리츠화재 대표, 서진원 신한생명 대표 등은 모두 CIO 출신들이다. 또 팽정국 현대자동차 사장, 황주현 교보생명 부사장, 현재명 SC제일은행 부행장 등은 모두 CIO이자 전사 경영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혜권 CIO BIZ+ 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