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15년 최준근시대` 마감

한국HP `15년 최준근시대` 마감

 지난 15년간 한국HP를 이끌어온 최준근 사장이 물러난다. 후임 사장은 미국 본사 출신 외국인 임원이 이르면 다음달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한국HP는 최준근 사장이 최근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신임 대표가 선임된 이후 공식적으로 사임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지난 1975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전자와 미국 HP의 합작사인 삼성HP 고객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1995년부터 한국HP 사장을 맡아왔다.

 다국적 IT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 최 사장은 이후 1998년 삼성전자와 HP의 합작관계 정리를 비롯해 컴팩코리아와의 합병 등을 지휘하며 한국HP를 국내 최대 다국적 IT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본사 차원에서 강도높은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 작업이 이어지자 최근 사임을 결정했다. 한국HP는 지난해 말 부장급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 사장은 “15년간 맡았던 한국HP 대표직을 뒤로 하고 앞으로 후진 양성에 기여하고자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이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HP의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할 때”라고 말했다.

 ◆뉴스의눈

 한국HP의 전신인 옛 삼성HP부터 HP의 한국사업을 주도해 온 최준근 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한국HP는 세번째 전환기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 1984∼1995년 ‘삼성HP’ 시대와 1995년 삼성전자 지분정리 착수 뒤 줄곧 최 사장이 대표를 맡으면서 이어진 ‘최준근의 한국HP’를 지나 또 한번의 새로운 한국HP가 탄생하는 셈이다.

 제3기 한국HP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띨 전망이다. 우선 누구보다 한국 IT 시장을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본사에 적극적으로 전했던 최 사장의 후임으로 외국인 지사장이 부임하면 당분간 ‘한국HP’보다는 ‘HP코리아’의 색깔을 지닐 공산이 크다.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을 겪어온 한국HP는 이미 올 초 미국 본사 출신 제임스 안 부사장이 파이낸스 담당임원으로 부임, 최 사장 사임과 무관하게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을 주도해왔다.

 따라서 알려진 대로 외국인 사장이 부임한다면 최근 HP 본사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긴축경영 기조에 맞춰 한국HP의 조직 및 사업행태 등을 과감하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한국IBM이 유통비리 사태 이후 외국인 지사장이 부임해 강도 높은 기업혁신 작업을 진행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국인 지사장 체계가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HP 관계자는 “외국인 사장이 오더라도 현 상황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HP재팬도 2년여 전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외국인 지사장이 6개월간 사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영업 측면에서는 제품군이나 서비스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최 사장이 한국HP에 10년 넘게 근무하며 금융·제조 분야 대기업 경영진과도 자주 만나왔던 만큼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