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서 이른바 대박을 맞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등장했다. 사이트 명은 오드노클라스니키(Одноклассники, www.odnoklassniki.ru). 직역하자면 동급생, 동창생(classmate) 정도의 의미다. 이 사이트의 핵심 서비스는 사이트 명에 나타나듯 친구 및 지인 찾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다. 우리나라에서 수년 전에 유행했던 아이러브스쿨의 러시아판이라고 보면 된다. 오드노클라스니키는 그리 오래된 서비스는 아니다. 불과 3년 전인 2006년 3월에 론칭한 신규 서비스다. 이 웹서비스 기본 포맷은 단순하다. 자신이 러시아 어느 지역에서 어느 학교를 언제 졸업했는지만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이트 명대로 동창생을 찾을 수도 있고 동창이 아니더라도 옛 친구 및 지인의 학교와 졸업 연도만 알면 서비스에 등록된 범위 내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다.
◇가입자·매출 대박 행진=2009년 4월 현재 이 사이트 가입자 수는 무려 33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 규모는 이미 램블러나 얀덱스와 같은 러시아 유명 포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지난 6개월 사이 무려 60% 이상 가입자 수가 늘어났다.
더불어 오드노클라스니키는 1일 방문자 수가 평균 800만명이라는 통계 수치도 나왔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만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알렉사에서 발표하는 세계 사이트 트래픽 순위(4월 24일 기준)에서 43위(www.alexa.com/siteinfo/odnoklassniki.ru)를 차지하는 선전을 기록했다. 트래픽 순위만 보자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폭발적인 가입자 수 증가에 힘입어 매출 측면에서도 대박을 기록하고 있다. 오드노클라스니키의 수익구조는 광고 수익이 50%며 나머지 서비스 이용요금이 50%를 차지한다. 기본적으로는 사이트에 게재되는 매체 및 상품 광고로 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석 달 동안 광고 수익만으로 300만달러를 벌었으며 여타 유료 서비스 역시 같은 규모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낙 가입자 수가 많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대행을 하기도 한다. 물론 오드노클라스니키의 모든 서비스가 유료인 것은 아니다. 가입만 하면 기본적인 서비스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기타 다양한 웹서비스, 예를 들면 단문서비스(SMS) 등을 이용하려 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45일간 대량의 이모티콘과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물론 무료로 50개의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 질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향후 들어올 수익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불황 속 홀로 선전=러시아 웹리서치 전문기관들의 예상으로 아드노클라스니키의 올해 말 수익은 2500만∼3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8년 10월부터 상업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오드노클라스니키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용자의 60%는 러시아 모스크바 지역 내에 있으며 20%는 러시아 각 지역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이다. 나머지 20%는 국외에서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크라이나 리서치 회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네티즌의 40% 이상이 오드노클라스니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라루스 국민 100만명가량이 이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는 통계자료도 나왔다.
최근 이러한 수에 묻혀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아드노클라스니키는 최초로 론칭됐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으로 러시아 웹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잘 만들어진 SNS기도 하다. 현재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휘청이고 있는 러시아지만 불황 속에 기회가 있다는 격언처럼 아드노클라스니키는 불황 속에서 홀로 선전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오드노클라스니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러시아 내 18개 주 83개 도시다. 아드노클라스니키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점차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며 조만간 전 러시아를 잇는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기도=물론 이 서비스가 건전하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채무자를 찾는 용도로 쓰고 있으며 스토킹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더불어 오드노클라스니키를 통해 만난 이들 사이에서 살인사건도 일어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는 워낙 방대한 회원정보를 가진 사이트기에 정부기관에서 국가보안 및 범법자 색출을 이유로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오드노클라스니키 운영진에서는 세계적인 온라인 추세를 근거로 이러한 정보기관의 요구를 거부하는 중이지만 정부에 밉보이면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기에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또 오드노클라스니키의 창업자인 알버트 보프코프는 2008년 영국의 I-CD사에 제소당한 상태다. 이유는 자신들의 서비스 내용을 불법복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버트 보프코프는 오드노클라스니키를 론칭하기 전에 I-CD사에서 근무를 했으며 ‘192.com’과 ‘Passado’라는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Passado’가 오드노클라스니키와 매우 흡사한 서비스라는 것이 I-CD사의 주장이다. 물론 보프코프는 이에 일말의 가치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전체 직원 수 20명밖에 되지 않는 작지만 알찬 회사 오드노클라스니키가 러시아 웹서비스의 중심에 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10년지기 친구들 온라인으로=그렇다면 우리가 보기에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오드노클라스니키가 어째서 러시아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이는 러시아 교육제도의 특수성을 알면 이해될 수 있다.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은 거의 대부분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 10년 이상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교육을 받는 친구이자 동급생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오랜 기간 동안 우애를 쌓은 동창생들은 형제 이상의 유대감을 갖게 마련이고 오드노클라스니키의 창업자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교육 현실에 걸맞은 서비스를 내놓아 성공을 이룬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가 거의 사라진 친구찾기 서비스가 러시아의 인터넷 문화를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새삼 주목되는 시점이다.
모스크바(러시아)=손요한 블루비즈 기획실장 yohan.s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