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기업] 글로벌경제 시대 `비즈니스 파트너`

 #1. 대한항공은 지난 1998년부터 한국IBM과 IT아웃소싱(ITO)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당시 10년간 1500억원이라는 대규모 ITO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1기 계약이 완료되자 또다시 10년간 2000억원 규모의 2기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2기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메인프레임 온디맨드 사용으로만 최소 월 5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 외환은행은 지난해 한국HP와 블레이드 시스템 기반 트레이딩센터를 구축했다. 외환은행은 기존 데스크톱형 워크스테이션과 PC를 블레이드워크스테이션, 블레이드PC 등 모두 블레이드형으로 교체했다. 외환은행은 블레이드 시스템을 전산실에 설치하고, 트레이딩센터에는 소형 접속 단말기만을 두는 신 클라이언트 환경으로 전환해 소음·발열량을 크게 줄여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중앙 집중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 수준도 크게 강화했다.

 

 다국적 정보기술(IT)기업이 최근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도우미’로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의 IT투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IT투자 방안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다국적 IT업계는 과거 무조건 ‘팔고 보자’ 식이 아니라 국내기업이 IT를 통해 내부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나아가 대외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과 서비스로 재무장하고 있다.

 ◇‘삭감’보다 ‘절감’=좀처럼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해외 수출 역시 녹록지 않다. 자연스럽게 국내기업 전체가 실적 부진으로 힘들어한다.

 이러한 위기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투자 삭감이다. 그중에서도 영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IT투자를 첫 번째 축소 대상으로 떠올린다. 신규 IT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예산을 삭감하고 IT인프라 증설을 제한한다.

 하지만 투자 삭감으로는 단기적인 효과 이상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단순히 IT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IT역량 감소를 불러온다. 사실상 현대기업의 모든 비즈니스가 IT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IT역량 감소는 곧 비즈니스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게다가 매킨지 조사에 의하면 IT비용 축소가 기업 이익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고객 중심 상품기획 △유통망 최적화 △영업관리 체계화 등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1%에서 많게는 5%에 달하는 반면에 IT투자 15% 삭감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0.5%에 불과하다. 단기적인 투자 축소가 아니라 기존 IT인프라 최적화와 효율적인 신규 IT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판매자’보다 ‘조력자’=다국적 IT기업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국내기업에 보다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실 지난 호황기에 다국적 IT기업은 국내기업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기업 규모를 넘어서는 대용량·고성능 제품을 비싼 가격에 제안하거나 특정 솔루션을 쓰는 기업에 걸핏하면 서비스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 아닌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의 이점을 한껏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다국적 IT기업에서 이 같은 과거의 접근 방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시장 환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국내기업과의 동반 성장이 공론화되면서 다국적 IT기업이 먼저 바뀌었다.

 과거처럼 공급자 측에서 일방적으로 제품 성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서버 대수를 줄여주는 가상화 솔루션처럼 무조건 많이 판매하기보다는 좀 더 큰 효과를 제공하는 데 힘쓴다.

 이는 최근 이들 기업의 전략 메시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EMC의 ‘효율적인 IT(efficient IT)’ △한국IBM의 ‘더 똑똑한 지구(smarter planet)’ △도시바코리아의 ‘이노베이션’ △시만텍코리아의 ‘스톱 바잉 스토리지(stop buying storage)’ 등은 모두 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