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기업의 투자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다국적 IT기업이 산업별 요구사항에 적시에 대응한다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한국IDC가 국내 500개 주요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국내기업의 IT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6.5% 감소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전년 대비 -14.5%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IDC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 유동성 문제, 소비 위축, 수출 부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제조업의 IT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반적인 IT투자 감소 속에서도 업종별·분야별로 경기 침체 여파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 다국적 IT업계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먼저 닷컴업종은 올해 유일하게 전년 대비 IT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닷컴업종은 지난해 몇몇 온라인게임업체가 큰 성공을 거둔데다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를 위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투자가 이어지면서 투자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6.4%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권과 공공 쪽도 기대를 모은다. 비록 금융업종의 IT투자는 작년 대비 5.1%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까지 주요 금융사의 대형 차세대시스템사업이 봇물을 이뤘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폭의 감소세는 아니다. 오히려 올해는 지방은행 및 제2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사업과 함께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L) 등 규제 관련 IT 프로젝트가 이어지는만큼 다양한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역시 전년 대비 IT투자 감소율이 1.8%로 전체 평균 6.5%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공공 부문은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분명한 만큼 IT업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기업이 비용절감 및 운영 효율화에 관심을 두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신기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클라우드컴퓨팅, 가상화 관련 세미나장에 가 보면 참석자들이 넘쳐난다.
특히 신기술 분야는 다국적 IT기업이 강점을 지닌만큼 이러한 국내기업 고객의 움직임을 잘 간파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