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은 휴대전화 강국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세운 한국 휴대전화 산업은 강했다.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는 4천600만대, LG전자는 2천26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판매량이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을 고려할 때 두 회사의 선전은 눈부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8%와 9%의 글로벌 시장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이익률을 달성했다. LG전자의 영업이익률도 작년 4분기 5.2%에서 올해 1분기에는 6.7%로 1.5%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업계 1위인 노키아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판매량이 지난해 4분기보다 2천230만대 줄어든 9천320만대에 그치며 2007년 1분기(9천110만대)와 비슷해진 것. 노키아의 휴대전화 영업이익률도 8.9%에 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LG전자에 업계 4위 자리를 내어 준 소니에릭슨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올해 1분기에도 3억6천900만 유로의 영업적자를 내며 4분기째 적자를 기록했다. 휴대전화 판매량도 1천450만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나 감소했다.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모토로라도 극심한 경영난으로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어, LG전자는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처음으로 ’톱3’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이 이들 세 회사 중심의 3강 체제로 굳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철저한 현지밀착형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회사는 국가별로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뿐 아니라 소비자의 삶과 기호까지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 삼성 500’과 유럽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영국 프리미어 축구를 후원하며 삼성 휴대전화의 인지도를 높였고, LG전자 역시 세계적인 자동차경주대회 ’F1’과 함께 영국 프리미어 축구를 후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휴대전화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구가하는 이유로 ’빠른 시장 대응력’을 꼽기도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에 대한 수요 가능성이 감지되자 발 빠르게 움직여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하며 터치폰 시장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진주는 진흙 속에서 더욱 빛나는 법”이라며 “해외 업체들이 세계적인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반면 한국 업체들은 위기 속에서 더욱 힘을 내며 ’코리안 파워’를 과시했다”고 말했다.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