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보안을 주목하라.’
정보기술(IT)은 인류 생활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의료 IT, 금융 IT, 물류 IT, 자동차 IT 등 IT가 들어가는 단어는 끊임없이 양산된다. 이른바 ‘융합 IT’를 실현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융합보안’이다.
보안산업은 백신과 같은 정보보안 산업과 무인전자경비, 바이오인식과 같은 물리적 보안 그리고 기존 정보보안기술과 물리적 보안기술이 융합해 새롭게 IT가 적용되는 모든 분야의 보안을 책임지는 ‘융합보안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말 ‘융합보안’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현재 3조원 수준의 보안산업 시장을 2013년까지 18조4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있는 융합보안 기술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간단한 예로 한국 보안SW 수준은 아시아에서 최고며 전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안에 든다. 여타 부문의 정보화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훌륭한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 시간이 왔다.
◇자동차 헬스케어 정보보호=융합보안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헬스케어 정보보호다. 자동차 헬스케어란 자동차 운전자의 건강정보를 수집한 뒤 의료기관과 무선통신을 이용해 실시간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기술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로 응급처치법을 전송하고 신속하게 응급차를 출동시키는 융합 IT의 대표적 사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우선 운전자의 신상과 위치정보를 노출하면 안 된다. 고속익명 인증기술, 위치인증기술, 익명성 철회 인증기술 등의 정보보호기술이 도입돼야 한다. 자동차 블랙박스도 위·변조를 막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자제어 장치(ECU)도 해킹을 당할 수 있다. ECU 간 상호인증 및 암호기술과 ECU 소프트웨어 변형 탐지기술 등을 도입해야 한다. 병원 의료 정보시스템도 기본적인 정보보안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 원격으로 환자를 진단할 병원의료정보시스템에도 의료정보를 암호화해 사생활 침해를 막아야 한다.
◇IT선박·IT항만에도 보안은 필수=대형선박은 물리적 보안과 정보보안의 결집체로 거듭나고 있다. 소형무전기·직통전화·경보시설 등 보안관련 통신장비에 조명시설·CCTV·침입감지시스템 등 보안감시장치는 물론이고 엑스레이 투시기, 문형금속탐지기, 휴대형 금속탐지기 등 보안검색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이 같은 보안장비는 정보보안솔루션에서 제공하는 관제기능으로 중앙에서 관리된다. 남택용 ETRI연구원은 “해양산업은 모든 영역이 전산화되고 정보 네트워킹화돼 기계건설산업에서 IT 융합 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개인정보와 산업기밀을 보호하는 등 항만·선박·물류·유통 전 과정을 연계하는 종합적 보안기술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융합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융합 IT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융합보안 시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IT의 내년 시장 규모는 16억달러로 2020년에는 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13.1%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자동차 IT 시장이 10%씩 성장하고 있다. 내년 세계 시장규모는 153억달러에 달하며 향후 매년 18%가량 성장이 예상돼 2020년에는 250억달러 시장을 조성하게 된다. 의료정보화 시장도 마찬가지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정보화 시장은 2012년 2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에서 미국 관련 시장은 2011년 347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융합보안시장규모도 쑥쑥 크고 있다.
정보보호진흥원(KISA)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물리보안(871억달러), 융합보안(847억달러), 정보보안(545억달러) 순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융합보안의 시장규모가 1068억달러로 968억달러의 물리보안시장을 근소하게 추월하며, 2013년에는 각각 1408억달러와 1290억달러로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는 세계시장과 달리 물리보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향후 성장률은 융합보안 부문이 가장 높다. KISA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안시장에서 융합보안은 11%(2900억원), 정보보안은 23%(6800억원), 물리보안은 2조1500억원(23%)이나 향후 융합보안은 51.4% 성장해 2013년에는 3조5200억원의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KISA 관계자는 “융합보안 산업은 최근 이종산업 간 융·복합화를 이끄는 대표적 사례로 미래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며 “특히 뚜렷한 기술표준이 없어 미국, 유럽중심의 보안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