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과학ㆍ수학은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야](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26073403_634929538_b.jpg)
지난 21일은 과학의 날이었다. 2008년 11월에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최된 제42회 과학의 날 기념식은 과학기술계 인사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진행됐다.
특히 2003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유공자에게 훈장·포장·표창을 친수했다.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의 극복과 남북관계의 악화 등 풀어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을 성취하는 데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몸소 참석한 것에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감사함을 금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과학기술이야말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이라고 규정하고 “녹색성장의 핵심동력인 녹색원천기술의 확보 여부가 국가의 성장동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매년 10% 이상 늘려 2012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가 실천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우수한 과학기술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나고 열린 한 퍼포먼스에서 내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10명의 어린이와 함께 인간의 몸이 도체라는 것을 이용해 과학기술위성 조형물에 점등한 이명박 대통령이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장래 희망을 묻자 연예인이 되겠다는 어린이가 많았고 피겨 스케이터, 대통령 등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지만 과학기술자가 되겠다는 어린이는 둘밖에 없었다. 과학의 날 행사에 선발돼 참가한 학생들이라 과학을 향한 관심이 다른 어린이보다 많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틀렸던 것이다. 물론 이들은 대통령이 그러한 질문을 하리라 미처 생각을 못 해 솔직한 대답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교육의 문제점이 매우 크다 하겠다. 즉 수학이나 과학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참여정부 시절 제7차 교육과정이 발표되면서 미적분을 모르고도 이공계에 진학할 수 있어 이공계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업을 이수하기가 힘들어 취미를 잃게 됐다. 많은 학생이 수학·과학 과목을 어려워한다. 그러나 이것은 학문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교재와 교수방법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태도에 문제가 있다. 일정한 정답이 없는 인문·사회문제보다는 일정한 답이 있는 수학·과학문제가 훨씬 더 풀기 쉽고 또한 답을 검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학이나 과학은 암기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공식을 그냥 외우면 안 되고 공식의 유도과정을 이해하면 어떠한 응용문제를 접해도 올바르게 풀 수가 있다.
초·중·고의 수학이나 과학교사들은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서가 재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하고 교사 자신이 완전히 내용을 이해하고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교수법을 연구해야 한다. 수학이나 과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이해가 잘 되고 재미가 붙게 된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사고를 가지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그 문제가 풀릴 때 느끼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내가 몸 담았던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에서는 매년 소정의 학부학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며 본인들이 원하는 과학연구를 마음대로 하게 하고 있다. 이들의 결과는 교수들이 놀랄 만큼 훌륭한 것이 많다.
새 정부에서는 수학 및 과학을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가르치게 하기 위해 교재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봐 이공계 인재대국 실현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모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전 포스텍 총장 parkcm@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