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융합 IT코리아 신화를 재현한다] ③주파수 정책은 통신산업 기초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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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도시를 설계할 때 책임자는 가장 효과적인 도시 운용(활용) 방안에 골몰한다. 아직은 빈터인, 또는 재건설을 생각하는 터를 어떻게 하면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시민들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인지가 중요한 기준이 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무선 주파수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로서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무선 사업자에게 어떻게 임대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인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합한 사업자에게 할당함으로써, 해당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줄 다양한 사업모델이 발굴돼 다시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실시될 예정인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모두가 ‘재개발’이 이뤄지는 신도시(주파수)에서 새 터전을 잡아, 뭔가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해 보겠다는 의지다. 주파수 확보경쟁에 참여할 뜻을 숨기지 않고 있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주파수 할당 대가는 투자 위축을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파수 재배치 어떻게 되나=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황금주파수 800㎒의 대역폭 50㎒(단방향 22.5㎒) 가운데 20㎒가 회수된다. 또 900㎒(공공기관 사용 중)도 20㎒가 회수돼 저주파 대역을 확보하지 못한 기존 및 신규사업자에게 할당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1㎓ 대역에서 40㎒·2.3㎓ 대역에서 27㎒ 등이 할당될 전망으로, 모두 합쳐 총 107㎒가 할당 대상이 된다. 이 가운데 800∼900㎒에서 회수되는 40㎒ 대역폭의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이 황금주파수를 통한 서비스는 SK텔레콤의 800㎒ 사용시한이 만료되는 20011년 6월 이후부터 가능하며, 사용시한은 20011년 7월부터 20년 이내에서 결정된다. 방통위는 현재 할당 대가 산정 등 세부 할당계획을 수립 중이며, KISDI 주관의 연구반에서 할당 대가 산정의 기초가 되는 예상 매출액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황금주파수를 잡아라=합병KT와 LG텔레콤 등 후발사업자와 케이블TV업계 등 예비 신규사업자는 800∼900㎒ 회수 및 재배치를 놓고 서로 자신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전파도달거리 및 회절(파동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는 현상)이 우수해 적은 기지국 및 망 투자로도 높은 통화품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KT 측은 “저대역 주파수는 이동통신 경쟁력의 근간으로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및 그동안 저대역 주파수를 보유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에 순응해 적극적인 투자 및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온 기존 후발사업자 위조로 할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LG텔레콤은 “현재 KT 계열과 SKT는 국내 이동통신 주파수 자원의 91%를 점유하고 있어, 와이브로를 제외한 주파수 1㎒당 사용 가입자 수에서 LGT는 타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정부는 주파수 재배치 시 합병KT의 참여를 제한하고 후발 또는 신규사업자에게 우선적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저주파 대역의 주파수 할당은 경매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투자 위축하지 않는 선에서”=황금주파수 확보를 위한 전략적 목소리는 회사별로 다르지만, 할당 대가가 과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LGT 측은 주파수 할당은 국가의 한정된 자원인만큼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마땅하나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 적극성·기준 주파수 활용률·시장지배적 사업자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합병KT도 “과거 IMT2000용 주파수 할당 시 사업자당 1조3000억원의 막대한 주파수 할당 대가를 부여한바, 이 금액은 과도한 수요 예측에 기반해 책정된 것으로 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번 주파수 대역의 할당 대가는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하며 사업자의 투자 의지나 서비스 제공 측면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SKT는 “주파수 할당 시기는 정부의 세부 할당 계획 수립이 완료되는 대로 조기에 할당하는 것이 사업자의 준비기간, 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할당 대가는 전파법령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산정하되 이동통신 시장 현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보급률이 95%에 이르고 있고 망내 할인·결합판매 등으로 개인당 평균사용액(ARPU)이 하락하는 추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SKT는 2010년 800㎒와 1.8㎓ 재할당 계획 수립 시에도 이번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올해(늦어도 내년 초) 할당하는 주파수와 2011년 재할당 예정인 주파수의 이용가능 시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제 도입 가능한가=일각에서는 전파법 개정안 처리가 이미 당초 예상했던 일정보다 크게 늦어져, 올해 예정된 800㎒ 대역(2011년 SKT반납)과 3G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2.1㎓) 등은 주파수경매제가 적용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차기 주파수 할당 시에나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와 이해당사자인 이동통신업체들이 내심 경매제 적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이통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 통신업체 모두가 경매제에 부담을 갖고 있다”며 “언젠가는 도입된다고 해도, 요즘처럼 경기가 불투명한 시기에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주파수 경매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