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품 전문업체가 세계 중소형 LCD 모듈 시장 선두업체인 일본 샤프에 휴대폰용 백라이트유닛(BLU)을 대량 공급한다. 샤프는 프리미엄급 휴대폰을 비롯, 고가형 MP3플레이어·PMP·내비게이션·전자사전용 LCD 모듈 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한국 업체에서 BLU를 대규모로 조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전량 자국 내 부품 협력사에서 구매해왔다는 점에서 국내 부품산업이 일본의 전통적인 아성과 본격 경쟁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신호로 해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밀 금형·사출 및 중소형 BLU 전문업체인 KJ프리텍(대표 홍준기)은 이달 말부터 중국 옌타이 공장에서 생산한 휴대폰용 BLU를 일본 샤프의 중국 모듈 사업장에 양산 공급하기로 했다. KJ프리텍이 연내 공급하는 BLU 규모만 총 2000만개다. 올해 샤프의 중소형 LCD 모듈 예상 총출하량 가운데 10%에 가까운 비중이다.
샤프는 지금까지 중소형 LCD 모듈의 BLU 전량을 역시 일본 기업이자 세계 시장 선두 업체인 닛폰라이트·OPT·미네비아 등에서 구매해왔으며, 해외 부품 협력사를 선택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앞서 KJ프리텍은 지난해 4월부터 전 세계 중소형 LCD 모듈 시장 5위권 업체인 일본 엡슨에도 BLU를 공급, 지난해 말 현재 월 100만개 수준의 월 공급량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엡슨에 이어 세계 시장 1위인 샤프까지 한국 부품 업체를 택한 것은 최근 엔화 강세 현상으로 인한 구매처 다변화 전략도 요인이지만 우리 기업의 대일 경쟁력이 그만큼 향상된 결과로 풀이된다. KJ프리텍과 샤프처럼 중국 현지 생산거점에서 직접 이뤄지는 거래는 대부분 달러 결제이므로 환율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 닛폰라이트 등이 그동안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중소형 BLU 시장을 석권해왔지만 적극적인 해외 현지화 전략에는 비교적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KJ프리텍은 오랜 기간 축적한 정밀 금형·사출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옌타이 사업장 내 부자재인 도광판과 몰드프레임부터 BLU까지 일괄 자동화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산 능력도 월 800만개 규모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갖췄다.
홍준기 사장은 “국내 주요 부품 업체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로부터 검증받은 품질을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면서 “(일본 업체와 비교해) 기본적으로 원가 구조에서 앞서는데다 원·부자재 생산까지 완전히 내재화하면서 이제는 확실한 대일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KJ프리텍은 샤프의 대규모 양산 공급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당초 하반기로 예정했던 신규 라인 투자를 2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 회사는 LG전자 휴대폰용 BLU 분야 최대 협력사로 지난해 824억원의 매출에 연평균 60%의 고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